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10.
《오로라의 아이들》
인그리 & 애드거 파린 돌레르 글·그림/정영목 옮김, 비룡소, 2020.2.10.
오늘은 우리 집 헛간 가운자리를 치운다. 열 해 즈음 쌓은 살림을 꺼낸다. 천천히 들어내고, 먼지를 털고, 해를 먹인다. 하나하나 비우면서 쓸어낸다. 오늘 다 치우지는 못 할 듯싶으나 웬만큼 덜고 치워서 넓혔다. 이 자리에는 끝칸에서 빼낸 곁님 살림을 차곡차곡 새로 갈무리한다. 해질녘에 일을 마치고 씻는다. 저녁에는 물결소리를 내는 바람이 분다. 가을은 참말로 코앞이다. “아직 여름이지 않아요?” 하고 묻는 아이들한테 “바람내를 맡아 봐. 바람결을 느껴 봐. 한여름은 꺾였어. 이제는 지는여름, 곧 늦여름이야.” 《오로라의 아이들》은 1935년에 처음 나왔다고 한다. 눈밭에서 살아가는 스웨덴 아이들 살림을 엿볼 값진 그림책이라고 여기는데, 옮김말은 어린이 눈높이에 안 맞고, 줄거리는 ‘배움터(학교)’하고 ‘어른마을’ 틀에 맞추었다. ‘바깥(사회)’이라는 굴레에 굳이 끼워넣어야 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국민·사회인·시민’이 되려고 태어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오직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랑을 숲바람을 마시면서 누리려고 뛰논다. ‘어린이(아이들)’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면서 놀이하고 노래를 등지거나, ‘어른마을’ 가르침(교육·교훈)으로 짜맞춘다면 그림책이 너무 초라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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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