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와 1970년대에 나온 낡은 노래테이프를 헌책방에서 열 나문 사들였습니다. 스무 해나 서른 해가 묵은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돌아가나 알아보려고 하나씩 카세트에 넣고 돌립니다. 몇 가지는 소리가 잘 안 나오거나 지지직거립니다. 그렇지만 그럭저럭 들을 만하기에 아침저녁으로 틈틈이 들으면서 일을 합니다.

 묵은 노래테이프를 들을 때면, 테이프가 끝나는 자리에 꼭 ‘건전가요’가 하나씩 끼어듭니다. 때로는 군인노래(군가)가 끼어듭니다. 군대에 있을 적 죽어라 불러야 했던 그 노래를 묵은 테이프에서 들으니 새삼스럽습니다. 새삼스럽게 소름이 돋습니다. 군대에서 벗어난 지 벌써 열 해가 넘었건만, 아직도 그 군인노래들이 제 귓가와 입가에 맴돌고 있네요.

 지난날 박정희 정권 때, 군인노래를 짓고 건전가요를 짓던 사람들은 어떤 대가와 보람을 얻었을까요. 지난날 군인노래와 건건가요를 짓던 사람들은 높은 이름과 많은 돈과 노래판 힘을 얻었을까요. 그 돈과 이름과 힘은 여태까지도 고이고이 이어오고 있을까요. 문득, 그때 그 사람들이 군인노래와 건전가요가 아닌 다른 노래, 여느 대중노래를 지었다면 어떠했을까, 자기 창작욕이나 상상힘을 불태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쎄, 그 사람들한테는 자기 창작과 상상을 한껏 불사르기보다는 손쉽고 값싸게 돈과 이름과 힘을 얻는 쪽으로 갔을까요. 자유와 평화와 평등과 통일이 넘실넘실거리는 터전이었다고 했어도. (4340.7.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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