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8.29.

오늘말. 가위질


조용한 곳에서는 조용히 흐르는 기운을 가늠하면 둘레를 한결 깊이 볼 수 있습니다. 고요한 데에서는 고요하게 깨어나는 숨결을 헤아리면서 마음을 더 그윽히 돌아볼 수 있어요. 시끄럽게 들쑤시듯 부릉부릉 소리가 넘치는 곳에서 살아간다면, 바람노래도 풀벌레노래도 멧새노래도 잊게 마련입니다. 불빛이 아닌 별빛이 반짝이는 보금자리를 누린다면, 마음을 느긋이 다독이며 하루를 헤아릴 만해요. 밝은 낮에 풀빛을 알아보고, 캄캄한 밤에 별자리를 짚습니다. 흰종이에 밑그림을 새기고서 천천히 가위질을 합니다. 길게 사리는 종이에 별이며 꽃을 그려 넣어서 가운데에 실을 잇고 높은 데에 매답니다. 슬슬 춤추는 흔들개비(모빌)입니다. 뭔가 무섭다면 덜덜 떠는 마음을 살살 눌러 봐요. 차근차근 가다듬으면 무서움 따위는 이내 걷힙니다. 어쩐지 두렵다면 다리가 후들거릴 적에 이 두려움을 쳐내 볼까요. 어떻게 쳐내느냐고요? 다그쳐서는 못 쳐내요. 부드러이 삼가면서 마음빛을 바라보면 어떤 앙금도 우리한테 깃들지 못해요. 속마음을 털어놓기에 스스로 멍울을 털거나 지웁니다. 힘으로 하지 말고 사랑으로 하면 누구나 언제나 홀가분하고 환합니다.


ㅅㄴㄹ


가늠·살펴보다·짚다·돌아보다·둘러보다·뒤지다·따지다·찾아보다·톺아보다·훑다·들여다보다·쳐다보다·보다·알아보다·재다·헤아리다·가위·가위질·앞손질·미리손질·스스로 지우다·손보다·손질하다·다듬다·가다듬다·훑다·억누르다·짓누르다·내리누르다·누르다·쑤시다·들쑤시다·다그치다·힘으로·깎다·털다·자르다·쳐내다·몸뒤짐·들추다·캐다·캐묻다 ← 검사(檢査), 검수, 검열


고개숙이다·조용·고요·말없이·다독이다·삼가다·꺼리다·멀리하다·누르다·얌전하다·그만두다·그만하다·내려놓다·놓다 ← 자숙(自肅)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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