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숲노래 말꽃

오늘말. 숫제


이리 보거나 저리 보아도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짓을 느끼기도 합니다. 숫제 말을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치르기도 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러니까 몽땅 어이없다면 아무리 애써 보아도 덧없습니다. 어째 이렇게 생각이 없이 살아가느냐 싶은데, 제아무리 이름이 높다 한들 터럭만큼도 사랑이 흐르지 않는다면 죄다 썩거나 문드러지는 굴레나 틀이지 싶습니다. 제딴에는 대단하다고 여길 수 있어요. 겉으로는 반짝이는 듯싶고, 허울만큼은 힘차 보일 수 있지요. 다만 사랑은 저절로 샘솟는 빛일 뿐입니다. 억지로 일어나지 않는 사랑이요, 암만 밀어붙여도 마음을 움직이지 못해요. 어떠한 티끌도 없이, 조금도 군더더기가 없이, 모두 맑고 밝게 꿈꾸는 숨결로 하루를 그릴 적에, 비로소 서로서로 돌보면서 상냥하게 사랑이 피어납니다. 철마다 다 다르게 돋는 들풀을 헤아려 봐요. 봄에 돋고 여름에 나고 가을에 자라는 숱한 들풀에 서린 빛을 찬찬히 봐요. 언제 줄기가 오르고 잎이 나오나요? 언제 꽃망울이 터지고 씨앗을 맺나요? 어렵게 하면 할수록 어렵고, 쉽게 하면 할수록 쉽습니다. 나이를 살피지 말고 눈빛을 살피면서 아주 하늘다운 마음이기를 바라요.


ㅅㄴㄹ


도무지·숫제·영·통·모두·모조리·몽땅·다·죄다·싹·아주·좀처럼·좀체·죽어도·티끌만큼도·터럭만큼도·눈꼽만큼도·손톱만큼도·조금도·하나도·쉬·쉬이·쉽게·아무리·암만·아무래도·어쩐지·어째·짜장·참말·참말로·제아무리·제딴·제딴에는 ← 도저히, 도통(都統)


빛나다·반짝이다·눈부시다·넘치다·넘실거리다·기운차다·힘차다·빛·생기다·나타나다·일어나다·나오다·솟다·샘솟다·불거지다 ← 기운생동(氣韻生動)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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