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있습니다 - 대책 없이 부족하지만 어처구니없이 치열한 책방 미스터버티고 생존 분투기
신현훈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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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숲노래 책읽기 2022.8.23.


책집지기를 읽다

15 일산 〈미스터 버티고〉와 《버티고 있습니다》



  김영하 씨가 모처럼 글꽃(소설)을 내놓았다고 하지만, 이녁이 쓰는 글이나 책은 쳐다볼 마음이 없습니다. 김영하 씨는 지난 2019년에 “요즘도 책 사러 서점 가요? 이제 서재로 가요. ‘밀리의 서재’. 어떡하죠? 지금 가는 서점에 이 책은 없을 텐데.” 하는 철없는 말을 읊으며 ‘밀리의 서재’에서 얼굴을 파는 장사치 노릇을 해오는데, 이때에도 그 뒤로도 뉘우치는 빛이나 말이나 글을 보인 적이 없다고 느낍니다.


  그래요, 김영하 씨가 어느 누리책집에서 얼굴팔이를 하면서 읊은 “책을 사러 찾아가는 마을책집에 책이 없을 수 있”어요. 그런데 있잖습니까, 마을책집에 우리가 바라는 책이 없대서 뭐가 어떤데요? 모든 책이 다 있는 책집은 없습니다. 누리책집조차 없는 책이 수두룩합니다. 국립중앙도서관마저 없는 책이 아주 많아요. 이뿐인가요? 그럭저럭 책을 꽤 갖추었다는 국립중앙도서관이라지만, 정작 ‘찾기 어려운 책’을 손으로 만진다거나 빌려서 읽을 수 없기 일쑤요, 이곳 누리집으로 들어가서도 훑어볼 길이 없곤 합니다.


  책집에는 책만 사러 가지 않습니다. 마을책집에 가는 뜻은 ‘책만 사면 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책집에는 ‘책’이 있을 뿐 아니라, ‘책을 다루는 마음’이 있고, ‘책으로 만나는 생각’이 있으며, ‘책을 사이에 놓고 마을살림을 새롭게 가꾸려는 꿈’이 있을 뿐 아니라, ‘어느 책을 아이들(뒷사람)한테 고이 물려주면서 오늘 지은 슬기로운 빛을 씨앗으로 남길 만할까’ 하고 돌아보는 넋이 있습니다.


  엉큼질(성추문)으로 글밭에서 거의 쫓겨난 고은 씨인데, 김영하 씨는 ‘책도 책집도 글도 글읽기도 얕보고 깔아뭉개는 막말을 일삼고서 뉘우치는 빛이 없는 이 몸짓’으로 글밭에서 쫓아낼 노릇 아닐까요? 우리는 김영하 씨 같은 이들이 앞뒤 다르게 장삿속으로 글팔이를 하는 민낯을 찬찬히 읽으면서, 우리 마음빛을 가꿀 글길을 가꿀 노릇이 아닐까요?


  경기 일산(고양시)에서 마을책집을 ‘버티는’ 살림살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버티고 있습니다》(신현훈, 책과이음, 2022.3.18.)를 읽었습니다. ‘버티다’는 ‘견디다’나 ‘참다’하고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입니다. ‘뻗다’하고 맞물리고 ‘벗’하고 얽히기도 하는 ‘버티다’예요.


  어느 곳에 마을책집 〈미스터 버티고〉가 있더라도, 이 책집으로 마을이웃하고 나누는 마음은 한결같이 흐르고 어우러지고 새롭게 자라리라 느낍니다. 버티고 또 버티다가 글벗이며 책벗이며 마을벗하고 오순도순 이야기밭을 일구는 하루를 천천히 느긋이 지으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책은 껍데기로 읽지 않습니다. 책은 글이나 그림이나 빛꽃(사진)이라는 무늬로 옮긴 숨결로 읽습니다. 마을책집뿐 아니라 큰책집에도 모든 책을 건사할 까닭이 없습니다. 부스러기는 치울 적에 아름다워요. 김영하 씨 같은 글바치 책은 오직 ‘밀리의 서재’에서만 다루고, 어느 마을책집에서도 안 마주칠 수 있을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ㅅㄴㄹ


지난해부터 고양시에서는 초중고 학생들한테 1만 5000원짜리 쿠폰을 무료로 나눠 주면서 동네책방에서 참고서와 만화책을 제외한 책을 사게 하고, 그 비용을 대신 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나름 호응도 좋다. (51쪽)


예전에는 서점에 책상은 물론이고 의자도 없어서 바닥에 앉아 읽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76쪽)


소설가 김영하는 어느 방송에 나와 “책은 산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사둔 책 중에 골라 읽는 것이다”라는, 전국의 책방 주인이 들으면 환호할 말을 했다. (79쪽)


오후 세 시까지 책을 보며 목 빠지게 첫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다 인기척에 놀라 고개를 들어 보니, 까치 한 마리가 마치 주문이라도 하려는 듯 카운터 앞에 앉아 고개를 까닥이는 모습에 헛웃음을 지은 적도 있다. (13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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