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23.


《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김해자 글, 한티재, 2022.3.21.



큰아이랑 읍내마실을 한다. 졸립지만 시골버스에서 하루쓰기를 한다. 어제 쓰다가 졸려서 멈춘 노래꽃(동시)도 마저 쓴다. 숲노래 씨로서는 시골버스가 ‘밀린 글’을 느긋이 쓰는 틈새요, 쉼터이다. 문득 돌아보니, 이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를 다녀오는 길이란, 인천에서 서울로 전철을 타고 오가는 길만큼 되더라. 어쩐지. 시골버스에서 가볍게 쪽잠도 들고 글쓰기까지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책까지 제법 읽으니까. 밤으로 넘어갈 즈음 빗소리를 듣는다. 밤새 함박비가 드리운다. 빗소리를 시원하면서 싱그럽게 누린다. 이 비는 얼마나 반가우면서 고마운가. 《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를 읽었다. 책이름부터 너무 우쭐거린다고 느꼈다. ‘위대’는 서울스러운 우두머리말(권력자가 쓰는 말)이다. “지나가고 있습니다”에서 ‘-고 있다’는 군더더기 일본말씨이다. 정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대단한 일이 지나갑니다”라든지 “아름다운 하루가 지나갑니다”쯤으로 할 수 있겠지. 말만 번지르르한 벼슬꾼이 읊는 ‘위대’ 같은 서울스러운 한자말은 이제 털어내기를 빈다. 우리가 글도 쓰고 책도 읽는 사람이라면 저 우두머리나 벼슬꾼이 읊는 허울좋은 말잔치는 모조리 함박비에 쓸어 보낼 노릇이라고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