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20.


《이제부터 세금은 쌀로 내도록 하라》

 손주현·이광희 글, 장선환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17.12.13.



서울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 빈자리가 없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안산으로 가서 타기로 한다. 버스를 타기 앞서까지 틈이 있으니 먼저 안양 〈뜻밖의 여행〉으로 간다. 전철을 내려 땡볕을 신나게 쬐며 걷는다. 부릉부릉 넘치는 길은 나라 어디나 시끄럽다. 부릉이한테 길을 내준 사람들은 삶을 스스로 버린 셈이라고 느낀다. 마을책집을 비로소 찾아내어 들어가려는데,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불쑥 “남자 새끼가 여자옷을 입어” 하고 떠들면서 지나간다. ‘새끼 새끼’ 떠드는 늙은이한테 “사람 새끼가 눈이 멀었어” 하고 한마디 쏘아주려 했는데, 벌써 저 멀리 달아난다. 불쌍한 저이는 들꽃도 별빛도 책도 마음으로 품지 않겠구나. 마을숲(근린공원)을 품은 책집은 호젓하다. 이곳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푸르게 빛나는 새터로 마실하는 셈일 테지. 《이제부터 세금은 쌀로 내도록 하라》를 여러 해 앞서 읽었는데 퍽 아쉬웠다. 아무래도 다루기 쉬워서일 텐데 ‘어린이 역사책’은 거의 ‘조선을 둘러싼 발자취’만 짚는데, ‘조선 무렵 말씨’가 아닌 ‘2010∼20년 요샛말’로 풀어낸다. 그럴 수밖에 없나 싶으면서도 아쉽다. 어느 자리에서 바라보는 어떤 눈높이일까? 어린이가 부스러기(지식)를 외워야 하나, 삶길을 헤아려야 하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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