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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2022.8.17.
읽었습니다 169
여름이면 부채질을 합니다. 잠든 아이 곁에서 가만히 자장노래를 부르며 부채질을 하고, 글을 쓰는 자리맡에 부채를 놓고서 손가락이며 등판으로 흐르는 땀을 식힙니다. 겨울에는 손가락을 호호 불면서 녹이고, 아이들 이불깃을 여밉니다. 요즈막 사람들은 집에 시원이(에어컨)를 으레 거느리느라 여름에 땀을 안 흘리고, 겨울에 깡똥바지차림으로 지내기 일쑤인데, 여름에 땀을 안 흘리고 겨울에 오들오들 안 떨면서 무슨 글을 쓰고 어떤 살림을 지을까요? 《연필로 쓰기》를 여러 해에 걸쳐 곰곰이 읽었습니다. ‘잘 쓴 글’을 ‘멋스러이 여민 책’이라고 느낍니다. 이따금 스스로 부딪히면서 헤아린 이야기를 쓰되, 냇물 건너에서 가만히 구경하는 눈망울로 엮었다고도 느낍니다. 바람을 가르는 자전거를 달려도 훌륭하되, 아이를 태우고서 들길을 달릴 수 있다면 사랑스럽습니다. 글님이 손수 걸레를 빨아 마루를 훔치고, 집살림을 도맡으며 아기를 돌본다면, 멋글 아닌 삶내음 나는 글을 쓰겠지요.
《연필로 쓰기》(김훈 글, 문학동네, 2019.3.27.)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