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8.15.
오늘말. 잿바치
이쪽도 저쪽도 아니라 할 적에 한자말 ‘회색’을 쓰는데, 우리말로는 ‘잿빛’입니다. 한자에 익숙하게 살며 중국을 섬기던 옛 글바치를 비롯해, 총칼로 쳐들어온 옆나라가 퍼뜨린 일본 한자말에 길든 채 앞잡이 노릇을 하던 글쟁이에, 우두머리가 시키는 대로 꼭둑각시 노릇을 한 숱한 글꾼은, 아무래도 잿바치였구나 싶어요. 잿빛놈이요, 잿사람이요, 잿놈이지요. 둘 사이에서 간을 보기에 샛놈이자 샛잡이라고 할 만합니다. 삶이 아닌 눈치를 보니 눈치쟁이에 눈치꾼이지요. 눈치코치에 바빠 살림하고 등지니 약빠리에 약삭빠리입니다. 틈새를 파고들어 돈·이름·이름을 거머쥐거나 떡고물을 얻을 마음이니 틈새잡이에 틈새놈입니다. 제멋대로 굴기에 나쁘지 않아요. 저만 알기에 바보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내가 누구인지부터’ 스스로 알아차려야 이웃을 바라보고 깨달을 수 있어요. 아기랑 어린이는 늘 “제멋에 겹”기에 눈이 맑고 마음이 밝아요. 나사랑을 하는 마음이 어린이 마음입니다. 혼멋을 넘어 ‘나사랑이’라는 길을 천천히 걸어가노라면 어느새 ‘참사랑이’로 피어납니다. ‘사랑이 바탕인 마음대로’이기에 함께 즐거우면서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잿빛사람·잿빛놈·잿빛바치·잿사람·잿놈·잿바치·약다·역다·약빠르다·역빠르다·약삭빠르다·약빠리·약삭빠리·길미꾼·길미잡이·길미쟁이·깍쟁이·덜먹다·눈치·눈치코치·눈치보기·눈치를 보다·눈치싸움·눈치꾼·눈치쟁이·사잇놈·사잇꾼·사잇바치·사잇잡이·사이보기·샛놈·샛꾼·샛바치·샛잡이·샛보기·틈새놈·틈새꾼·틈새바치·틈새잡이·틈새보기·나만·나만 잘되기·나만 잘살기·나만 알다·나먼저·나부터·나사랑·나사랑이·나사랑꾼·나사랑멋·마음대로·맘대로·멋대로·제멋대로·제맘대로·저만·저만 알다·저만 즐기다·저먼저·저부터·제멋에 겹다·저만 알다·제멋쟁이·제멋꾸러기·혼멋·혼멋에 겹다·혼알이·혼자만·혼자 즐기다·혼자알다·혼자만 알다 ← 회색인, 회색분자, 회색주의, 회색주의자, 기회주의, 기회주의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