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7.


《그래, 이게 바로 나야!》

 루카 토르토리니 글·마르코 소마 그림/초록햇비 옮김, 노랑꼬리별, 2022.5.25.



아침해를 바라본다. 이 해는 이 여름을 얼마나 따사롭고 넉넉하게 비추는가. 여름이니 여름해를 누리자고 생각하면서 빨래를 넌다. 낮구름을 본다. 지난해 가을겨울도 구름이 대단했고, 올여름에도 구름은 대단하다. 두 아이랑 면사무소에 간다. 청소년증을 받으려면 어린이·푸름이가 스스로 와야 한다더라. 투덜거리는 아이들한테 “이름하고 얼굴을 밝히는 종이를 꾸릴 적에는 그렇게 한단다” 하고 들려주지만 못마땅한 빛이다. 그런데 면사무소에서 이 일을 맡은 사람이 자리에 없단다. 어디 갔을까. 왜 자리를 비웠을까. 자리를 비우면 옆에 나란히 앉은 너덧 사람은 할 줄 모르는가. 이튿날 다시 오라는데, ‘푸름이 스스로 사진을 챙겨서 나와야 한다’고 하더니만, 이렇게 한다면 무슨 뜻일까.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차린다. 부엌에 들어온 풀개구리를 살살 내놓으며 물로 먼지를 씻어 준다. 《그래, 이게 바로 나야!》를 돌아본다. 우리는 무엇을 ‘우리’로 여기고,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글을 쓰거나 다루는 이들은 우리말 ‘나·너·우리’에 깃든 숨결을 안 읽고 으레 ‘자기·자신·자아’처럼 일본스런 한자말에만 매달린다. ‘나’란 말을 모르고서 ‘자(自)’가 뭔지 어떻게 알까. 우리는 아직 ‘나’랑 ‘남’도 모른다.


#EssereMe #LucaTortolini #MarcoSoma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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