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꽃

2022.8.6.


대전 은평쉼터 어귀를 걷다가 풀벌레 주검을 보았다. 곧 알을 낳을 암메뚜기가 자전거랑 사람들한테 밟히고 또 밟혀서 납작한데 이틀이나 사흘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곳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싶더라. 혀를 끌끌 차면서 “걱정 마. 넌 몸을 내려놓았으나 아름다운 곳으로 떠나서 새롭게 빛을 얻어 태어난단다.” 하고 마음으로 말을 건넨다. “그런데, 내 몸은 그냥 버려두고 지나가게?” 하는 마음소리를 듣는다. “끙!” 오늘 하루는 때를 맞춰서 바삐 움직여야 하는데 걷다가 멈춘다. 풀벌레 주검한테 돌아간다. 납작이가 된 풀벌레를 길바닥에서 거두어야 하니, 얇은 종이를 하나 챙겨서 바닥을 살살 훑는다. 얼마나 밟히고 또 밟혔을까? 사람들은 이녁 구둣발이나 신발로 메뚜기 주검을 자꾸자꾸 밟은 줄 모를까? 암메뚜기 주검을 나무 곁으로 옮겨 주었다. “자, 네 몸도 나무 곁에 놓았으니 이제 그만 아쉬운 티끌은 다 털어내 주렴.”


암메뚜기 주검을 옮기고서 호젓한 길을

부릉부릉 소리 아닌

매미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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