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화가 6
이노카와 아케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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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8.4.

만화책시렁 432


《누에 화가 6》

 이노카와 아케미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11.30.



  누구나 무엇이든 그려서 담습니다. 못 담을 모습은 없습니다. 눈을 뜨고서 풀이나 구름이나 사람이나 집을 담을 수 있고, 눈을 감고서 넋이나 마음이나 사랑이나 꿈을 담을 수 있어요. 《누에 화가 6》을 읽었습니다. 삶죽음 사이를 넘나드는 길에 흐르는 마음을 붓끝으로 옮기는 하루인 사람이 어떤 이웃을 마주하느냐 하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그림꽃입니다. 언뜻 보면 ‘아무나 마음을 못 담는다’고 여기지만, 모든 그림에는 그린이 마음이 흐릅니다. 또한 ‘그린이가 바라본 모습에 깃든 빛’이 흘러요. 더 잘 보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나, 못 보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못 본다고 여기는 마음이 있을 뿐이고, 못 본다고 여기다가 굳어진 마음이 있어요. 그림뿐 아니라 글에도 마음이 흐릅니다. 글마다 다르게 흐르는 마음을 안 읽으려는 사람이 있고, 글에서 굳이 마음을 읽기보다는 느낌(감정)만 읽으면서 스스로 수렁이나 쳇바퀴에 잠기려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딱딱한 풀이글(설명문)에 어떻게 마음이 있겠느냐고 비웃는 사람이 있는데, 숟가락 한 벌에도 늘 마음이 흐르고, 헝겊 한 조각에도 언제나 마음이 도사립니다. 가랑잎에도 마음이 흐르지만, 안 읽으려는 사람은 끝까지 안 읽으려 하기에 ‘없다’고 여기며 스스로 갇히지요.


ㅅㄴㄹ


“이런 덩치에 꽃이나 예쁜 것들을 그리고 싶어 하다니, 게다가 솜씨까지 서툴다면, 친구들이 알았다간 엄청 비웃을 테니까요.” (27쪽)


“하지만 언젠가 나를 용서해 줄 날이 왔을 때, 엄마를 회상할 뭔가가 필요해질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참 뻔뻔스러운 얘기죠.” “그렇다면 당신과 바이올린과 딸의 추억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79쪽)


“걱정했거든요. 증조할머니는 평생 괴로운 일을 많이 겪으셨으니까. 좋은 추억도 있었네요. 무시하면 안 되겠네요. 사실은 싫었어요. 나를 잊고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건. 하지만 이제 증조할머니의 그 ‘지금’이 행복하다면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요.” (112쪽)


#猪川朱美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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