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7.31.

오늘말. 살지다


너른들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하늘이 사람이며 들짐승이며 풀꽃나무한테 내려준 포근한 숨결처럼 이룬 판판한 자리예요. 열매도 나무도 살지고, 아이도 어른도 살지면서, 모든 목숨붙이가 푸지게 살림을 누리는 너른들녘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작은 손길을 오래오래 들여서 차근차근 일군 열매들녘입니다. 돌을 고르고 흙을 갈고 거름을 주고 물길을 내고 못을 파고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어 푸진들녘으로 바꾸어 냅니다. 기름진 논밭에서 푸짐하게 맺는 낟알이 너울너울합니다. 너울들녘이에요. 살진들은 궂은날씨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숲에는 가뭄이 없어요. 숲을 담듯 일구는 들도 막날씨를 씩씩하게 견디거나 흘려보냅니다. 그런데 온누리는 갈수록 벼락날씨가 춤춥니다. 얄궂날씨가 널뜁니다. 아슬아슬하게 함박비가 쏟아지고, 무시무시하게 더위가 잇달기도 하고, 철마다 다른 바람빛이나 햇볕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모든 들숲바다는 사람만 사는 터가 아닙니다. 사람들 스스로 사람만 살려 하면서 숱한 숨붙이를 괴롭히거나 잊거나 죽이는 삶이기에 비칠날씨에 비틀날씨가 오락가락한다고 느껴요. 사랑을 지어야 사랑날씨로 갑니다.


ㅅㄴㄹ


너른들·너른들녘·너른들판·열매들·열매들녘·열매들판·살진들·살진들녘·살진들판·살지다·흐드러지다·푸지다·푸짐하다·푸진들·푸진들녘·푸진들판·푸짐들·푸짐들녘·푸짐들판·너울들·너을들녘·너을들판 ← 곡창지대(穀倉地帶)


궂은날씨·날씨가 궂다·널뜀날씨·날씨가 널뛰다·날씨가 춤추다·막날씨·바뀐날씨·벼락날씨·아슬날씨·얄궂날씨·비칠날씨·비틀날씨 ← 기상이변, 기후변동(기후변화·기후위기)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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