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2.7.28.

책하루, 책과 사귀다 131 어린이



  어린이 눈을 어떻게 바라보는 어른인가요? 어린이랑 키높이를 맞추는 눈높이인가요? 어린이하고 마음을 나누는 눈빛인가요? 어린이하고 생각을 노래하며 함께 날갯짓하는 눈망울인가요? 어린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을 가다듬고 추슬러서 언제나 가장 쉽고 부드러우면서 상냥하고 곱게 들려주는 눈길인가요? 어린이 곁에서 사랑스러이 살림을 짓는 숲빛인 사람으로서 어질고 슬기로운 눈인가요? 너무 많구나 싶은 책이 ‘어린이책인 척’합니다. 숱한 책은 ‘곁배움책(학습 보조도구)’ 구실을 하면서 어린이를 배움수렁(입지시옥)으로 몰아넣고서 돈장사(상업주의)에 스스로 갇힙니다. 어린이책하고 그림책은 “어린이를 가르치는(학습도구·교육) 길”이 아닙니다. 모름지기 어린이책하고 그림책은 소꿉놀이를 바탕으로 삶을 사랑하는 살림길을 숲빛으로 노래하는 이야기를 읽고서 생각을 가꾸는 징검다리입니다. 어린이책에 일부러 어려운 영어나 한자말을 쓰는 사람이 많더군요. 그림책에 우리말스럽지 않은 얄궂은 말씨를 하나도 손질을 안 하는 사람도 많더군요. ‘무늬만 어린이책’은 이제 치우기를 바라요. ‘허울좋은 그림책’은 이제 팔지도 읽히지도 말기를 바라요. 아름책을 즈믄(1000) 벌씩 신나게 되읽으면 넉넉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1999∼2000년에 ‘보리 출판사’에서 

영업부 일꾼으로 일할 무렵

무슨 생각을 했느냐 하면

“나는 내가 일하는 펴냄터에서 내는 책 가운데

 한 자락이라도 엉터리책이 있으면 그만둔다”였다.


그래서 ‘보리 출판사’를 그만두었다.


어린이일 적에는 어린이책을

거의 못 읽다시피 했고

싸움터(군대)를 다녀오고서

스물세 살 무렵(1998년 1월)에

비로소 제대로 어린이책을 만났고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손에 닿는 대로

어린이책과 그림책을

신나게 읽는데


갈수록 ‘우리나라 창작 동화책·그림책’이

아름다움과 사랑과 숲하고는 등진

‘캐릭터질’과 ‘인기몰이’와 ‘제도권사회’라는

틀에 갇혀서 헤맨다고 느낀다.


린드그렌상을 받으면 뭐 하나.

린드그렌이 글을 쓴 넋을 잊는데.

안데르센상을 받으면 뭐 하나.

안데르센이 어떻게 글을 썼는지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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