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사람노래 . 무명교사 (고흥 흥양초 김정숙)
한밤에 모두 잠들어 쉬면
고요히 꿈빛을 그리다가
초롱초롱 별빛을 담아서
해맑게 맺는 이슬
새벽에 눈부시게 어리는
작고 동그란 물방울은
모든 풀꽃나무랑 숲짐승한테
촉촉하며 즐거운 숨빛
이슬을 앞장서서 받는
새길을 먼저 닦으며 가는
어둠을 밝히는 불빛 되는
어진 이야기꽃인 어른
스스로 생각하며 슬기로워
스승이라 하고
이슬받이에 길잡이에 횃불인
들꽃숨결로 노래하는 그사람
전남 고흥 도화면 동백마을에서 나고자란 ‘김정숙(1960∼1984)’ 님은 늘 배움빛돈(장학금)을 받으면서 길잡이(교사)라는 자리에 섰다고 해요. 어릴 적 뛰놀던 고흥 동백마을 흥양초등학교 길잡이로 일할 적에, 예전에는 길잡이 일삯이 무척 적었는데에도 푼푼이 ‘장학금 통장’을 모아 시골아이한테 새 배움빛이 될 꿈을 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그만 길에서 치여 죽고 말았어요. 길죽음(교통사고)으로 일찍 숨을 거둔 김정숙 님인데, 시골에서 흙짓기(농사)로 살아가는 아버지가 딸아이 살림을 하나하나 돌아보다가 문득 ‘장학금 통장’을 보고는 깜짝 놀랐고 크게 울었다고 합니다. 흙살림을 짓는 시골 아버지는 딸아이 뜻을 기려 ‘김정숙 장학회’를 이듬해 1985년부터 열었고, 논밭일로 거두는 살림돈을 푼푼이 갈무리해서 시골 어린이·푸름이한테 배움빛돈을 나누는 일을 그해부터 여태 해오십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분들이 ‘무명교사의 비’를 작게 세워 주었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