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28.
《모피방》
전석순 글, 민음사, 2022.5.13.
구름밭이 어마어마하다. 동글동글한 구름이 하늘을 넓게 덮으면 이랑고랑처럼 올록볼록한 결이 밭을 닮는다. 또는 물결치는 바다를 닮아 구름바다이다. 휙휙 지나가는 구름 사이로 파란하늘이 언뜻 비친다. 눅진 나날이다. 눅져서 지네도 곳곳에서 기어나온다. 오늘은 읍내 우체국을 다녀온다. 큰아이가 시골 읍내조차 시끄럽다고 여기기에, “시끄러운 부릉소리에 마음이 빼앗기겠니, 아니면 어미 제비가 새끼 제비한테 날갯짓을 가르치며 함께 하늘을 가르는 노래에 마음을 기울이겠니?” 하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 길을 걸으면서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귀여겨들을 수 있고, 새노래를 들으면 다른 시끌소리가 우리한테 스미지 못 해. 거꾸로 부릉부릉 저 소리가 시끄럽다고 느끼면, 코앞에서 새가 노래해도 못 알아챌 뿐 아니라, 새노래조차 시끄럽다고 여기고 만단다.” 《모피방》을 읽었다. 글님은 글님 삶자리에서 글꽃을 여미었다. 글님이 살아오면서 마주하고 겪고 느끼고 생각한 하루를 글빛으로 살렸기에 부드러우면서 나긋나긋 이야기가 피어난다. 따로 문학이란 이름이어야 하지 않는다. 소설이란 이름은 없어도 된다. 우리는 저마다 짓는 삶을 이야기로 가꾸면서 문득 글 한 줄로 옮기면서 함께 이웃으로 어울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