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7.15.

오늘말. 햇내기


처음 해보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첫걸음이라 풋풋하고, 햇병아리라서 새가슴이라지만, 낯설어도 조그맣게 발걸음을 내딛기도 합니다. 어린이라서 안 된다면, 설익어도 못 한다면, 너무 딱딱해요. 코흘리개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아직 철없거나 모자라다지만, 수수하게 짓는 멋으로 차근차근 나아갑니다. 둘레에서 쪼다라 놀리기도 하고 얼치기라고 손가락질을 하는군요. 이럴 적에는 “짧아서 잘못했습니다. 아직 새까맣거든요. 어리버리한 저를 즐거우면서 상냥하게 가르쳐 주셔요.” 하고 고개를 숙입니다. 누구나 새내기예요. 누구라도 아이라는 숨빛을 품습니다. 오래오래 섣부를 수 있어요. 한참 해보았어도 엉성할 수 있고요. 그러나 해바라기를 하는 햇내기처럼 오늘을 가꿉니다. 남들이 바보라고 비웃거나 멍청하다고 나무라도 빙그레 웃으면서 “모르니까 배우면서 일어서려고요.” 하고 여쭙니다. 투박하게 걷습니다. 좀 어정쩡한 걸음새여도 척척 내딛습니다. 낯선 길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낮은 곳에서는 스스럼없이 낮게 납니다. 까만 하늘이기에 별빛이 반짝여요. 힘겨운 벗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처음길을 나아가는 새롬빛입니다.


ㅅㄴㄹ


걸음마·첫걸음·병아리·햇병아리·풋풋하다·풋내·처음·처음 겪다·처음길·첫내기·첫물·첫발·새·새내기·새사람·새롭다·새롬이·새롬빛·새가슴·새것·싹트다·생각없다·서투르다·섣부르다·설다·설익다·낯설다·어설프다·어수룩하다·어정쩡·어줍다·얼치기·엉성하다·수수하다·숫사람·투박하다·누구나·누구라도·누구도·아이·어리다·어린이·코흘리개·철없다·푼수·햇·햇것·햇내기·햇물·까막눈·까맣다·깜깜하다·새까맣다·캄캄하다·날-·낮다·비리다·초라하다·애송이·어둡다·어리버리·어리석다·잔챙이·조그맣다·조무래기·짧다·쪼다·막들어오다·멍청하다·바보·모르다·모자라다·못 미치다·버겁다·벅차다·어렵다·힘겹다·힘들다·쉽다·수월하다·손쉽다 ← 초보, 초보자, 초보적, 초짜, 초보인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