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5.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임길택 글, 보리, 2004.1.15.



비가 그칠락 말락한다. 해가 날 동 말 동한다. 이런 날은 한결 후덥지근하다. 비가 시원스레 오고서 해가 말끔하게 나면 여름이어도 덜 덥다. 빨래를 해서 넌다. 후덥지근한 날씨라서 덜 마르면 이튿날까지 말리자. 《곁말》을 받는다. ‘숲노래 책숲’에 이웃님으로 이바지하는 분한테 한 자락씩 보내려고 한다. 꽃종이(소식지)를 넣고 책마다 넉줄글(사행시)을 새롭게 써서 넣자니 품이 많이 든다. 여러 날 걸릴 듯하다. 책짐을 바리바리 꾸려서 읍내 우체국에 간다. 구백 살 느티나무 곁에 앉아 바람을 쐰다. 냇물에 몰려든 팔뚝만 한 헤엄이떼를 본다. 일을 거든 큰아이랑 택시를 불러 집으로 돌아온다. 애써 주었구나.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를 오랜만에 되읽었다. 거의 스무 해 만이다. 임길택 님이 흙으로 돌아간 지 참 오래되었으니, 이제 이녁 이름은 꽤 잊혔으리라. 이녁 책도 잊혀 가는 책이 될 테지. 새책은 늘 꾸준히 나오고, 아름글을 선보이는 아름이웃도 늘 새롭게 이 땅에 서리라. 다만 새 아름책과 아름이웃도 훌륭하되, 오랜 아름책도 아름일꾼 이름도 고이 이어가기를 빈다. ‘세계명작’보다는 ‘우리 아름책’에 눈길을 두면서 오늘 이곳에서 새롭게 짓는 살림살이를 슬기롭게 추스르는 숨결이 퍼지기를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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