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꼬마 모두를 위한 그림책 32
이마무라 아시코 지음, 사카이 고마코 그림, 조혜숙 옮김 / 책빛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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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7.8.

맑은책시렁 271


《울보 꼬마》

 이마무라 아시코 글

 사카이 고마코 그림

 조혜숙 옮김

 책빛

 2020.8.30.



  《울보 꼬마》(이마무라 아시코·사카이 고마코/조혜숙 옮김, 책빛, 2020)는 참말로 울보인 아이를 둘러싼 이야기일 수 있고, 꼬마로구나 싶은 아이를 지켜보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둘을 아울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울보 꼬마는 늘 곁에 두는 장난감이 있습니다. 흔히 ‘인형’이라고도 하는데, ‘사람꼴’이나 ‘사람낯’이나 ‘사람탈’로 꾸민 소꿉입니다. 또는 ‘곱게’ 여기거나 ‘예쁘게’ 돌보거나 ‘사랑스레’ 품는 소꿉이지요.


  처음 태어난 장난감이나 소꿉한테는 아직 빛이 없습니다. 이 장난감이나 소꿉을 알아보고서 눈을 반짝이는 아이가 나타날 적에 장난감이며 소꿉은 빛을 얻어요. 함께 놀며 이야기를 들려줄 아이가 있기에 모든 장난감하고 소꿉은 숨빛을 얻으며 새롭게 깨어납니다.


  아이는 어떻게 장난감하고 소꿉한테 숨빛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요? 아이는 어른처럼 근심걱정을 안 하거든요. 아이는 어른하고 달리 신나게 웃고 온마음으로 울거든요. 아이는 사랑을 오직 사랑으로만 느끼고 받아들여서 가꿉니다.


  아이는 언제나 하늘빛이에요. ‘하늘을 품은 빛’인 아이를 섣불리 안 가르치기를 바랍니다. 아이로 태어난 모든 사람은 ‘하늘님’이니, 아이들한테 섣불리 ‘종교·철학·학문·이론·지식’을 집어넣으려 하지 않을 노릇입니다. 아이는 부처나 예수라는 이름을 몰라도 하늘나라에 갈 수 있으나, 어른은 부처나 예수라는 이름을 알아도 하늘나라에 못 가요. 하늘나라에는 ‘아무개 이름을 안다’고 해서 들어가지 않거든요. 하늘나라에는 오롯이 빛나는 사랑으로 오늘 이곳을 기쁘게 놀며 품을 줄 아는 마음이기에 들어갑니다.


  이리하여 《울보 꼬마》는 울보 꼬마 곁에서 살금살금 달아난 여러 장난감하고 소꿉인 숨빛이 살그마니 돌아와서 새롭게 함께 노는 줄거리를 부드러이 들려줍니다.


ㅅㄴㄹ


꼬마는 지금 목욕을 하고 있어요. 인형들은 그사이에 살금살금 집을 나온 거예요. 집을 떠나 동물원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요. 아주 오래전에 인형들은 동물원 매점에 있었어요. (10쪽)


인형들은 택시도, 버스도, 기차도, 비행기도 타 본 적이 있어요. 꼬마가 어디에 가든 데리고 다녔으니까요. 하지만 차표 같은 것은 한 번도 사 본 적이 없었어요. (11쪽)


사쟈는 갑자기 꼬마의 작은 손이 떠올랐어요. 사쟈의 프파게티를 빗겨 준 것은 빗이 아니라, 언제나 꼬마의 작은 손이었다는 것이요. (26쪽)


지붕 쥐는 재미있다는 듯이 말하더니, 화들짝 놀라 뛰어올랐어요. “아, 미, 미안! 너희들은 그저 그런 인형이 아니지. 가출까지 하신 대단히 훌륭하신 인형들이지. 아무튼, 지금 꼬마는 엄마랑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인형들을 찾고 있어.” (3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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