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7 놀러
삶에는 좋음(행복)도 나쁨(불행)도 따로 없습니다. 삶은 언제나 삶입니다. 오르막이라 나쁘지도 좋지도 않고. 내리막이라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오르막은 올라가는 길이고, 내리막은 내려가는 길입니다. 바다는 물결을 일이크지만 오르내리는 물결을 좋거나 나쁘게 가르지 않아요. 그저 오르다가 내리고, 가만히 내리다가 오릅니다. 모든 푸나무는 꽃을 피운 뒤에 떨구어 열매를 맺어 씨를 품습니다. 꽃을 피웠으니 내내 매달지 않아요. 피운 꽃은 기꺼이 떨굽니다. 꽃을 떨구어야 씨를 새로 이루거든요. 씨를 맺은 푸나무는 ‘씨를 품은 열매’를 기꺼이 내어줍니다. 씨앗을 애써 내놓았는데 대롱대롱 매달면 새롭게 태어나지 못해요. 흐르는 삶이요, 맞이하는 삶이고, 사랑하는 삶이자, 노래하는 삶입니다. 오르막을 놀고 내리막을 놀기로 해요. 책집마실을 놀이로 누려요. 책도 보고 책집지기님하고 가볍게 책수다를 누리고, 책집을 오가는 마을을 둘러보고 구름도 마시는 놀러가는 길을 사뿐사뿐 나아가요. 나쁨(불행)도 좋음(행복)도 따로 없는 줄 느끼고, 오직 삶이 있는 줄 알아차리면, 이때부터는 온누리가 환하게 반짝이는 나날로 피어나지 싶습니다. 놀이처럼 밥옷집을 지어요. 놀이처럼 글을 쓰고 말을 해요. 놀이둥이로 폴짝 뛰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