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2.


《그림자 소녀》

 최인영 글·그림, 탐프레스, 2021.7.15.



지난해 절인 앵두물을 작은병으로 옮긴다. 후박나무 곁에 사다리를 받치고 올라타서 후박알을 딴다. 울릉섬 뱃사람이 후박엿을 고려고 후박알을 훑던 지난날에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해 보는데, 후박알을 훑을 적마다 나뭇가지가 통통 떤다. 이렇게 나뭇가지가 통통 떨 적마다 후박나무에 붙은 진드기나 날벌레도 통통 떨어진다. 시원해 하는구나. 구름 가득한 하늘을 보며 후박알을 따는 동안 나무랑 이야기한다. 다만 나랑 나무는 입을 벙긋하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가만히 웃으면서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그림자 소녀》를 읽었다. 유월 첫머리에 서울마실을 하면서 장만했다. 대구 마을책집 〈서재를 탐하다〉에서 낸 책이니, 대구마실을 하는 이웃님이라면, 또 대구에서 사는 이웃님이라면 어렵잖이 만날 만하리라. 오늘날은 손쉽게 시키고 집에서 받는 얼거리가 굳어가지만, 책 한 자락을 찾아서 하룻밤 나들이를 하는 길도 즐거울 만하리라 생각한다. 이제는 더 값싼 책이 아닌, 그야말로 값진 책을 곁에 둘 때라고 본다. 여기저기 알림글(광고)이 넘치는 책이 아니라, 수수하고 정갈하게 제자리를 지키면서 숲빛을 품는 책을 알아보려고 나설 때라고 본다. 책사랑 이웃님이라면 차근차근 눈썰미를 키우면서 스스로 빛나는 길을 가실 테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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