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2.7.5.

오늘말. 어정쩡하다


말로 풀면 아름답습니다. 치고받는 주먹다짐이 아닌, 부드러이 이야기하면서 응어리를 풀기에 어깨동무하는 길을 열 만합니다. 그러나 말만 하면 고단해요. 입만 살아서 번드르르 지껄인다면 지쳐요. 우리 삶은 틀림없이 말 한 마디가 씨앗이 되어 자라납니다만, 입으로 읊기만 하는, 그러니까 마음이 없고 생각이 없으며 사랑이 없는 엉성한 말씨로는 삶을 낳지 않아요. 흙한테 안긴 씨앗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는지 가만히 지켜봐요. 아무리 바쁘더라도 틈을 내어 풀씨랑 꽃씨랑 나무씨를 살펴봐요. 설익은 씨앗은 싹트지 않아요. 어정쩡해서는 움틀 수 없어요. 어영부영한다면 피어나지 않습니다. 장난으로 하는 말은 삶하고 멀어요. 장난말은 놀림말로 흐르고, 놀림말은 이웃을 누릅니다. 혼자만 재미있다면 이웃은 재미없겠지요. 놀림길 아닌 놀이로 나아가야 비로소 말꽃이 되고 웃음글로 이으며 익살스러운 이야기로 피어요. 숱한 사람들이 잿빛터에 모여서 잿빛집에 웅크리는 오늘날을 바라봐요. 우리는 잿빛마을 아닌 푸른마을에서 푸른숲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빛을 살릴 수 있을까요? 이제는 집하고 집 사이에 풀꽃나무가 자랄 틈바구니를 둘 수 있을까요?


ㅅㄴㄹ


웃기다·웃음글·익살·익살말·익살맞다·익살스럽다·장난·장난말·재미·재미말·글꽃·글놀이·놀이글·놀이말·말꽃·말놀이 ← 위트, 조크


잿빛·잿빛터·잿빛자리·사이·사잇길·샛길·틈·틈새·틈바구니·어정쩡하다 ← 회색, 회색지대


말뿐·말로·말만·입뿐·입으로·입만·번드르르·번지르르·어정쩡하다·엉성하다·엉터리·설익다·어설프다·어줍다·어중이·어중이떠중이·어영부영·흐리다·흐리멍덩·흐리터분·흐릿하다 ← 용두사미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