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2022.7.4.

아무튼, 내멋대로 18 누리책집 알라딘



  나는 누리책집에서 느즈막이 책을 샀다. 늘 마을책집에서만 책을 샀는데, 2003년 9월부터 충북 충주 멧골에 깃든 이오덕 어른 옛집에 머물면서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는 일을 하다 보니, 책집마실을 할 틈이 없었다. 그래도 이레마다 서울마실을 하면서 책집을 돌았고, 이틀이나 사흘쯤 책집에서 장만한 책을 바리바리 싸서 충주 멧골로 땀빼며 실어날랐다. 이러다가 너무 벅차 2005년에 드디어 ‘누리책집 알라딘’에 들어가서 책을 샀다. 시골에는 책집이 없기에 누리책집을 쓸 수밖에 없었고, 그래도 되도록 발길이 닿는 여러 고장 마을책집에서 책을 사려 했다. ‘누리책집 알라딘’은 거의 만화책을 사는 데로 삼았다. 그동안 만화책을 사던 곳은 서울 홍대앞 〈한양문고〉였다. 이곳은 어느 날 불쑥 가게를 접고 말아 그야말로 만화책은 ‘누리책집 알라딘’에서 살 수밖에 없더라. 이러구러 2022년 6월에 이르도록 ‘누리책집 알라딘’에서 산 책은 그리 안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상위 0.062%”에 든다고 한다. 다만 “상위 0.062%”는 ‘누리책집 알라딘’에 쓴 책값으로 어림한 자리매김이고, 책은 ‘6021자락’을 샀다고 한다. 나보다 책을 훨씬 많이 사서 읽는 벗님이 있다. 2022년 7월 1일에 서울 마을책집 〈책이는 당나귀〉에서 책벗님을 만나 이 얘기를 했는데, “100살까지 알라딘에서 64260자락을 더 사겠네” 하는 말이 뜨더라고 말했더니 “그것밖에 안 돼? 100살까지 살 책인데 그대한테는 너무 적잖아?” 하더라. “책을 알라딘에서만 사지 않으니까 적게 나오겠지요.” 했다. 누리책집에 이름을 걸고서 책이야기를 올린 지 제법 된다. 처음에는 아무 누리책집에도 책이야기를 안 띄웠으나, 아무래도 책을 살펴서 읽을 이웃님한테 길동무 노릇을 하자면, 내 누리글집(블로그)에만 올리지 말아야겠다고, 누리책집에 바로 걸쳐 놓아야 이바지하리라 여겼다. ‘누리책집 알라딘’에 모든 책이야기를 걸치지는 않았으나, 2005∼2022년 사이에 걸친 책이야기(서평·리뷰)는 7022꼭지라고 나온다. 그동안 쓴 책이야기는 2만 꼭지를 가볍게 넘기니 좀 적게 걸친 셈일 텐데, 숲노래가 서울마실을 하던 2022년 7월 1일, ‘알라딘서재 담당자’가 숲노래한테 누리글월을 하나 띄웠다. 숲노래가 쓴 느낌글에서 ‘철바보’라는 우리말을 쓴 대목이 “비방성 명예훼손”이라서, 숲노래 느낌글을 “블라인드 처리”를 했다고 알려주더라. “비방성 명예훼손”으로 쓴 ‘철바보’라는 우리말을 고치면 “블라인드 처리 해제”를 하겠다더구나. 한자말 ‘철부지’를 썼다면 “비방성 명예훼손”이라고 안 여겼을는지 모른다. 한자말로 “부족한 부모”쯤으로 쓸 적에도 “비방성 명예훼손”이라고 안 볼 만하리라 느낀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우리말을 얕본다. 쉽게 우리말을 쓰면 낮춤말로 여긴다. 한자말이나 영어를 써야 높임말로 여긴다. “그림책 다독이(토닥이·달래기)”라 말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죄다 “그림책 테라피”라고 영어를 쓴다. 아무튼 이제 슬슬 ‘누리책집 알라딘’을 끊을 때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교보문고·영풍문고·예스24·반디앤루니스’가 벌인 몇 가지 씁쓸짓을 본 뒤로 이런저런 책집에서는 아예 책을 안 산다. 그래도 책이야기는 걸쳐놓는다. 생각해 보면, 구태여 알라딘을 떠나기보다 알라딘에서는 책을 이제 안 사면 될 만하다. 그들한테는 책장사가 첫째요, 책이야기를 찬찬히 읽고 스스로 살림빛을 배워서 저마다 사랑으로 숲빛을 짓는 오늘을 누리는 길은 막째에나 있을는지 모른다. 알라딘·예스24·교보문고가 책장사가 첫째가 아니라면, 돈·이름·힘이 아닌, 오직 삶·사랑·숲으로 모든 책을 아우르는 길을 갈 테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문득 찾아보니

'철바보'라는 낱말을

어느 책 하나뿐 아니라

다른 책이야기에도

더 썼는데

'철바보'란 우리말을 쓴

다른 글은 "블라인드 처리"를

안 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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