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배움빛 2022.6.30.
숲집놀이터 274. 퉁퉁
아이를 안고 업으며 돌아다니면 다리가 퉁퉁 붓는다. 뼈마디도 시큰거린다. 문득 몸을 바라보면 안 아프거나 안 쑤시거나 안 결리거나 안 고단한 데가 없다고 할 만하다. 이때마다 늘 생각을 새롭게 추스르면서 빙긋 웃는다. “아하, 천기저귀를 쓰고, 유리병을 쓰고, 아이 도시락이랑 장난감이랑 그림책이랑 그림종이랑 붓이랑 부채랑 이모저모 잔뜩 챙겨서 등짐으로 메고 다니면 이렇구나.” 하고 깨닫는데,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혼자 이런 살림을 다 건사하면서 지내셨으려나?” 하고 돌아본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에, 우리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에 …….” 하고 끝없이 생각을 잇는데, 어느 때에 이르러 하나도 안 아프고 안 쑤시고 안 결리고 안 고단하게 살림을 사랑한 어버이를 만난다. 아주 멀잖은 어느 무렵 우리 옛 어버이는 나즈막히 속삭인다. “얘야, 네가 스스로 짐을 짊어진 채 힘들다고 생각하니 힘들단다. 네가 스스로 사랑을 품고서 아이한테 빙그레 웃음짓는 노래를 들려주면 무엇이 힘들겠니? 모든 하루가 기쁨이자 웃음꽃이 아닐까?” 가시어머니(장모님)가 혀를 끌끌 찬다. 우리 어머니도 혀를 끌끌끌 찬다. “너, 돈 없어서 그래? 차(자가용) 사줄까?” “어머니, 저는 차를 살 돈이 없기도 하지만, 차를 살 돈이 있어도 안 사고 싶어요. 아이를 안고 업으면서 이 짐을 짊어지며 다니는 하루가 대단히 즐거운걸요. 아이도 이렇게 즐겁고 웃고 노래하다가 잠들잖아요.” “그러니까 힘들잖아.” “어머니는 저를 낳아 돌볼 적에 힘드셨어요?” “나? 왜 그렇게 물어?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지만, 힘들기만 했겠니?” “거 봐요. 어머니도 사랑을 느끼셨잖아요.” “아니, 왜 사서 고생을 하냐구?” “사서 고생이 아니라, 기쁨을 날마다 누리는 길이에요.” “에그, 잘났어!” “그럼요, 어머니가 낳아 주었는걸요.”
ㅅㄴㄹ
2008년 여름에 큰아이를 낳고서 2011년에 작은아이를 낳은 다음, 2014년까지 어머니한테서 자주 듣던 핀잔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핀잔을 그대로 옮겼습니다만, 너그러이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