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2.6.29.
오늘말. 온눈
바라볼 수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뛰어난 남처럼 꿰뚫지 못한다고 여기는 마음이 자라면서 그만 흔히 알 만한 길을 못 보는구나 싶어요. 깨닫지 못할 사람은 없는데, 빼어난 남이 아닌 수수하거나 모자란 나는 안 된다고 지레 생각하면서 어느새 온눈도 속눈도 스스로 잃는구나 싶습니다. 갈고닦는 온눈길이 있고, 문득 알아차리는 속눈길이 있습니다. 타고나야 밝은눈이지 않습니다. 찬찬히 헤아리면서 하나하나 알아갑니다. 저 새를 볼까요? 이 풀벌레를 보면 어떤가요? 가만히 새바라기를 해요. 물끄러미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하루를 누려요. 멀리보기를 하려고 먼길만 살피다가는 곁을 쉽게 놓칩니다. 단단한 쇠붓으로 새겨야만 오래가지 않아요. 물감붓으로 부드러이 그려도 마음에 아로새길 만합니다. 아마 나무칼보다 쇠칼이 단단할는지 모르는데, 단단하기에 더 좋거나 낫거나 세지 않습니다. 그저 쓰임새가 다를 뿐입니다. 환하게 깨우치고 싶다면 마음부터 느긋하게 풀어놓으면 돼요. 서두르거나 조이지 말고, 느슨하게 내려놓으면서 바라봅니다. 노려보거나 겨냥하기보다는 따사롭고 상냥한 눈길로 고요히 바라볼 적에 마음읽기도 속읽기도 합니다.
ㅅㄴㄹ
꿰다·꿰뚫다·꿰뚫어보다·꿰차다·다 알다·모두 알다·흔히 알다·마음읽기·속읽기·속풀이·먼눈·멀리보기·속눈·속눈길·온눈·온눈길·밝다·밝은눈·환하다 ← 천리안(千里眼)
나무칼 ← 목검
새바라기·새보기·새찾기·새구경·새를 보다·새를 찾다·새를 살피다·들새바라기·들새보기·들새찾기·들새구경·들새를 보다·들새를 찾다·들새를 살피다 ← 탐조(探鳥), 버드워칭
쇠붓·새김붓·새김칼 ← 철필(鐵筆)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