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 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에세이
김영건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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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6.28.

읽었습니다 147



  책은, 책을 읽는 사람이 쓸 노릇입니다. 그리고, 책을 다루는 사람이 쓸 일입니다. 누가 흙을 일구면서 남새를 거두어야 할까요? 흙을 곁에 두면서 살림을 하는 사람이 흙짓기(농사)를 해야겠지요. 잿빛집(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이 흙짓기를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씨앗도 잿빛더미(시멘트) 틈에서는 안 자라거든요. 아기 똥오줌기저귀를 갈 줄 아는 사람이 길잡이(교사)를 해야겠지요.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지기·고을지기를 해야 할 테고요. 속초 〈동아서점〉 지기님이 새로 낸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를 마을책집에서 읽었습니다. 처음엔 사려고 집었다가, 다 읽고 내려놓고는 다른 책을 샀습니다. “눈길 위에서 휘청이며 걷던”처럼 멋부리는 말이 춤추고, “그 단어가 본래의 의미 이상의, 뒤따라올 조치를 요구하는 일종의 강압적인 언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같은 말을 쓰며 별빛아이 마음을 굳이 안 읽는 줄거리를 보다가 덮었어요. 멋과 힘을 빼면 책이 보일 텐데요.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김영건 글, 어크로스, 202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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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위에서 휘청이며 걷던 → 눈길에서 휘청이며 걷던

: “눈길에서 걸을” 수 있을 뿐이다. “눈길 위”는 하늘인데 날아야겠지.


그 단어가 본래의 의미 이상의, 뒤따라올 조치를 요구하는 일종의 강압적인 언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 그 말이 그분한테 억지로 시키는 말인 줄 모르지 않았다

→ 그 말이 그분더러 나가라는 소리인 줄 모르지 않았다

→ 그 말이 아이를 조용히 시키라는 뜻인 줄 모르지 않았다

→ 그 말이 아이를 조용히 시키든 나가란 뜻인 줄 모르지 않았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매우 짙게 아쉽다.

그저 아쉽다.

아쉽고 또 아쉽다.

다음에 책을 새로 내실 적에는

그야말로 멋과 힘을 다 빼고

그저 책집지기와 살림돌이란 눈빛으로

책을 수수하게 바라보며

수수하게 쓰시기를 바라면서.


교보문고 책광고가 안 떴으면

느낌글을 안 쓰고 지나갔을 텐데

교보 책광고를 보고 나니

느낌글을 안 쓸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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