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24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만화책 2022.6.26.

나는 나를 보면 다 알아



《배가본드 24》

 요시카와 에이지 글

 이노우에 타카히코 그림

 서현아 옮김

 2006.12.25.



  《배가본드 24》(요시카와 에이지·이노우에 타카히코/서현아 옮김, 2006)을 읽으면 ‘미야모토 무사시’가 ‘사사키 코지로’하고 나란히 어울려 놀면서 문득 마음빛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길을 들려줍니다. 둘은 스승이 없이 스스로 길을 찾으며 살아왔습니다. 둘한테는 저마다 스스로 스승일 뿐입니다. ‘스승’이란 스스로 길을 살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스스로 배우며 깨닫는 사람 = 스승”이기에, 무사시도 코지로도 ‘스스로 스승’일 뿐, 누구를 스승으로 둘 일이 없습니다.


  남한테서 배우지 않습니다. 남한테서 배우려 하는 사람은 ‘남이라는 굴레’를 스스로 뒤집어쓰면서 갇혀요. 칼싸움 아닌 글쓰기로 견주어 볼게요. ‘글쓰기 스승’이 있으면 스승이 시키는 틀에 따라서 쓰게 마련입니다. ‘남(스승)이라는 틀’에 따를 적에는 ‘내 마음을 담아낼 내 글’하고 멉니다. ‘사람들이 높게 여기거나 좋아하거나 우러르는 남(스승)이 쓴 글을 흉내내’는 자리에서 멈춰요.


  ‘글쓰기 스승’을 둘 적에는 ‘글쓰기 스승 이름값’을 내세워 ‘내 글을 팔아먹거나 떠벌이거나 자랑하기에 좋’습니다. 이때에는 ‘나다움’이 아닌 ‘스승 곁’에 머물고, ‘내 이야기와 내 삶’이 아닌 ‘스승이 보여주는 이야기와 삶’을 ‘스승이 잡아 놓은 틀에 맞추어 집어넣’어요.


  칼잡이 스승을 둔다면, 칼을 잘 다루는 스승이 보여주는 대로 따라가겠지요. 다 다른 사람은 몸집도 힘도 눈길도 다 다를밖에 없는데 ‘똑같은 틀’에 따라서 칼을 휘두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얼핏 멋져 보일는지 모르고, 힘이 세다고 자랑할는지 모르나, 아무런 빛이 없어요. 시늉만 있습니다.


  바람이 어떻게 부는가를 살펴봐요. 나무가 있으면 나무를 스치면서 가볍게 지나갑니다. 높다란 멧자락이 있으면 멧자락을 가만히 감돌면서 지나가요. 물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살펴볼까요. 돌이 있으면 돌 곁을 부드러이 감싸면서 지나갑니다. 들이 있으면 느릿느릿 퍼져서 지나가요. 바다를 만나면 포근히 안겨요. 해가 내리쬐면 아지랑이로 바뀌어 하늘로 올라 구름이 되지요. 이러다가 빗방울로 바뀌어 다시 땅으로 찾아갑니다.


  누구나 매한가지입니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나를 보기’에 ‘스스로 모두 알아차립’니다. ‘스스로 남을 보기’에 ‘스스로 모두 못 보고 모르는 쳇바퀴’에 갇힙니다. ‘스스로나’라는 눈길이라면 어느새 눈빛이 반짝여요. ‘남을 따라가기’로 스스로 가둘 적에는 흐리멍덩하다가 죽은 눈빛으로 갈 테고요.


ㅅㄴㄹ


‘스승 같은 건 필요없어. 이 산의 모든 것에 눈을 뜨고,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맛보고, 피부로 느낀다. 나와 산은 하나가 된다.’ (12∼13쪽)


‘바람도, 물도, 나도, 모두 다 같은 …….’ (22∼23쪽)


‘나는 왜 먼 길을 돌아서 왔지?’ (51쪽)


‘가벼워. 가볍다. 그래도, 이 막대기조차 가르침을 줄 것이다.’ (61쪽)


“싫거든 피해버려도 되우, 칼부림 같은 건.” (126쪽)


#バガボンド #vagabond #井上雄彦 #吉川英治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