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2022.6.23.
곁말 63 책밤수다
우리말로 우리 삶을 다시 나타낼 수 있은 지 아직 온해(100년)가 안 됩니다. 이웃나라 일본이 총칼로 찍어누르면서 일본말·일본 한자말을 퍼뜨린 마흔 해 생채기는 오늘날에도 씻지 못합니다. ‘작가와의 만남’이나 ‘북토크’도 우리말은 아니요, ‘심야책방’은 더더구나 우리말이 아닙니다. ‘-와의’는 우리말씨 아닌 일본말씨요, ‘작가(作家)’ 아닌 ‘지은이·지음이·짓는이’라 해야 우리말입니다. ‘토크’도 ‘북’도 아닌 ‘책수다’일 적에 우리말이에요. 일본 그림꽃책(만화책) 《심야식당》이 우리나라에서도 꽤 사랑받아 ‘심야○○’란 이름을 붙인 가게나 자리가 부쩍 늘었어요. 일본 그림꽃책을 처음에 ‘한밤밥집·한밤식당’으로 옮겼다면 ‘심야○○’가 아닌 ‘한밤○○’란 이름이 퍼졌을 텐데요, 퍽 알려진 이름을 따오기보다는 우리 나름대로 새롭게 이름을 지어서 알맞게 쓸 적에 한결 빛납니다. 이를테면 ‘별빛수다’를 할 만합니다. ‘별밤수다’나 ‘별빛책집·별밤책집’을 해볼 만하지요. 모든 말은 삶을 담아내니, 우리가 스스로 짓는 삶이 아닌, 돈으로 사들여서 겉을 꾸미는 삶이라면 ‘심야○○’ 같은 일본스런 이름을 앞으로도 쓰리라 봅니다. 우리 손으로 이 땅을 사랑하며 일군다면 새말을 지을 테고요.
책밤수다 (책 + 밤 + 수다) : 늦은저녁이나 밤에 책을 나누고 이야기하면서 보내는 모임이자 자리. 즐겁게 읽은 책을 놓고서, 늦은저녁이나 밤에 도란도란 모여서 수다를 펴는 모임이나 자리. ‘심야책방’이란 이름은, 일본 만화책 《심야식당》 이름을 흉내냈다. (= 한밤책집·달빛책집·달밤책집·달빛수다·달밤수다·밤수다·밤샘수다·밤책집·별빛책집·별밤책집·별빛수다·별밤수다. ← 심야책방)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