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6.14.

오늘말. 모둠이


지난 삶길을 더듬어 보자니, 저는 더부살이집에서는 안 지냈더군요. 덧살이가 싫어서 안 살지는 않았습니다. 더부살이를 하는 삯집은 혼살이를 하는 삯집보다 달삯이 높아서 엄두를 안 내었어요. 덧살이집에서는 손수 밥을 짓고 차리는 품이 없다지만, 저는 김치를 비롯해서 못 먹는 밥이 꽤 많습니다. 그저 스스로 밥살림을 헤아리는 조그마한 집이 달삯이 눅고 홀가분했어요. 모둠이로 지낸다면 혼자 용쓸 일이 적습니다. 모둠벗 손길을 받으면 짐을 나를 적에도 한결 수월하겠지요. 틀림없이 모둠살이는 뜻있고 알차며 넉넉해요. 혼살이는 스스로 일어서는 힘을 스스로 가다듬으면서 제 몸에 맞는 차림새를 바라보고 돌보는 바탕이라고 할 만합니다. 들머리에서 어느 길로 가면 새롭고 즐거우려나 하고 생각합니다. 처음을 잘 골라야 한다고들 하는데, 첫자락을 엉뚱하게 골랐으면 좀 멀어도 돌아가면 돼요. 돌고도는 길이 퍽 힘들까요? 돌고돌기에 삶을 새삼스레 바라보면서 꽤 재미나게 배울 만하지 않을까요? 풀잎에 앉은 이슬을 톡 튕기면서 새벽을 맞이합니다. 우람이로 태어나지 않았어도 씩씩하게 한길을 걷습니다. 아주 멋스럽지 않아도 즐거운 오늘입니다.


더부살이집·덧살이집 ← 기숙사, 하숙집

더부살이·더부살이하다·덧살이·덧살이하다 ← 기생, 기숙, 하숙

모둠이·모둠벗 ← 회원, 일원(一員), 기숙생, 하숙생

들머리·들목·앞자리·꽃등·처음·첫무렵·첫자락·첫머리 ← 초엽(初葉)

풀잎 ← 초엽(草葉)

지나치다·너무·퍽·꽤·좀·썩·제법·몹시·무척·매우·아주·그리·그다지 ← 과히(過-)

우람아이·우람이 ← 우량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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