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2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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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6.6.

푸른별에서는 모두 섬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2》

 타카하시 신

 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10.15.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2》(타카하시 신/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좀처럼 말을 않는 아이랑, 어버이 노릇이 서툰 아버지랑, 둘이 시골에서 빌린 낡은 집이랑, 머리손질을 섬마을에서 하며 만나는 이웃이랑, 무엇보다 바다랑 하늘이랑 땅이랑 숲에 바람을 나란히 속삭입니다.


  어버이 둘이 아이를 돌보는 집안도 많고, 어머니나 아버지 혼자 아이를 보살피는 집안도 많습니다. 어머니랑 딸 둘이 살아가는 집안도 많고, 아버지랑 아들 둘이 살아가는 집안도 많아요. 모두 다른 살림살이요 삶이며 사랑입니다.


  일자리라면 서울(도쿄)이 가장 많겠지요. 사람이라면 서울(도쿄)이야말로 바글바글하겠지요. 일자리에 사람이 가장 많은 서울(도쿄)인 만큼, 사람 아닌 숲이며 풀꽃나무가 느긋이 깃들어 자랄 틈은 가장 작습니다. 일자리랑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라면, 아무래도 해바람비를 품고서 느슨하게 하루를 가꾸는 마음을 나누기는 가장 어렵습니다.


  삶은 늘 어디서나 두 갈래이지 싶어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고, 돈이라면 알맞게 벌 수 있습니다. 이름을 더 높일 수 있고, 이름값을 잊을 수 있어요. 힘을 거머쥘 수 있고, 힘이 아닌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지요.


  아이는 배움터(학교·학교)에 맡긴 채 어버이는 아이 아닌 딴곳에 마음을 쏟을 수 있어요. 아이를 굳이 배움터에 안 맡기고서 언제나 함께 배우고 나누면서 노래하는 살림살이를 추스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보자면 제주나 백령이나 울릉 같은 곳을 섬으로 여기고, 다른 곳은 뭍으로 치는데, 푸른별 테두리로 보자면 제주나 백령이나 울릉뿐 아니라,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처럼 큰고장이 붙은 제법 널따랗다는 뭍조차 ‘섬’입니다.


  푸른별에서 뭍은 그리 넓지 않아요. 바다야말로 드넓습니다. 아무리 넓다는 들판이나 벌판조차 바다에 대면 ‘섬’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누가 어디에서 살아가든 언제나 바다를 품는 셈입니다. 바다가 없으면 눈비가 없고 구름이 없어요. 바다에서 가볍게 피어난 물방울이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으로 바뀌기에 모든 뭍을 두루 돌면서 비를 뿌리고 눈을 내려요. 바닷물은 소금이 짙어 바로 못 마신다지만, 하늘로 올라 비구름으로 바뀌면 풀꽃나무에 숲에 사람을 살리는 냇물하고 샘물로 거듭납니다.


  작은살림을 일구는 두 사람 하루를 담은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입니다. 두 사람은 대단한 일을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버이로서 엄청난 아버지나 어머니여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이로서 놀라운 딸이나 훌륭한 아들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어른 둘 사이에 사랑이라는 웃음빛으로 살림을 함께 토닥이는 즐거운 삶을 누리면 넉넉할 뿐입니다.


ㅅㄴㄹ


“난 괜찮아. 괴롭힘 당하는 것도 아니고, 수다쟁이인 걸 고치는 것도 세습 무녀로서의 수행이라고 생각하니까.” (43쪽)


‘잇세이. 이 손님이 웃는 얼굴을 본 것으로, 아버지는 너에게 가슴을 펴고 오늘 일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83쪽)


‘다음 휴일에는 함께 바다로 놀러갈까. 적어도 그 말만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미안. 왠지 굉장히 졸려서 역시나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다.’ (106쪽)


“오키나와 사람들은 말이여, 옛날로 말하자면 류큐 왕조 때부터, 오키나와 전쟁 때부터, 아메리카 점령하에 있을 때부터, 일본에 반환됐을 때부터, 지금도 그렇지만, 계속, 계속 괴로운 일들이 이어졌단 말이여. 그래도 살아만 있으면, 옳다고 여기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보답을 받을 때가 오는 법이지. 그러니 난쿠루나이사.” (144쪽)


“아이는 말이여, 부모를 어른으로 만들어 주려고 태어나는 것이여.” (200쪽)


“아버지는 미용사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이 가위를 샀어. 그 후로 매일 연습을 하고 있지. 저기, 아버지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잘할 수가 없어.” (215쪽)


#たかはししん #高橋し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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