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5.26.

나는 말꽃이다 87 먹은 대로 눈다



  으레 “먹은 대로 눈다”고 말합니다만, “밥을 먹은 대로 똥을 눈다”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며 먹은 대로 똥을 눈다”고 해야 알맞으리라 느낍니다. 왜냐하면 잔칫밥(진수성찬)을 차린 곳에서 먹었기에 ‘잔칫밥 똥’을 누지는 않거든요. 거북한 자리에 있으면 ‘거북하다는 생각을 심은 마음’ 그대로 똥을 눕니다. 으리으리한 밥차림이었어도 ‘거북한 기운이 온몸을 억누르거나 다스리’면서 ‘거북똥’을 눠요. 이와 달리 김치나 빵 한 조각을 먹었을 뿐이어도 즐겁고 반가우며 사랑스레 수다꽃을 피운 자리를 누린 뒤에는 ‘김치 한 조각 똥’이 아닌 ‘즐겁고 반가우며 사랑스레 수다꽃을 피운 기운이 스민 똥’을 눕니다. 아이들이 신바람으로 뛰놀 적에는 ‘신바람똥’을 눠요. 그리고 신바람으로 뛰논 아이들은 ‘신바람말’이 샘솟습니다. 아주 훌륭하다는 낱말책(사전)을 달달 외운다 한들, 스스로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나아가도록 말씨앗을 생각씨앗으로 심지 않았다면 ‘아름말’도 ‘사랑말’도 아닌 ‘겉발림말’이나 ‘치레말’이나 ‘꾸밈말’이나 ‘허울말’에 ‘거짓말’을 할 뿐입니다. ‘좋은말’을 가려써야 하지 않습니다. 생각부터 스스로 사랑으로 돌보면서 ‘사랑말’을 쓸 적에 비로소 사랑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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