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2.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산책》

 이정하 글, 스토리닷, 2022.4.26.



모든 하루는 다르고, 다른 오늘은 새롭고, 새로운 날은 스스로 짓는다. 늘어나는 붓꽃이 일으키는 노란물결을 바라본다. 굵어가는 매실이 펴는 푸른너울을 살펴본다. 솟아나는 모시는 곧고 씩씩하지. 새빨간 멧딸기는 온몸에 새빛을 퍼뜨리지. 후박꽃을 주워서 먹는다. 올해에는 후박꽃이 유난히 많이 맺는데, 나무에 남은 꽃도 허벌나지만, 마당에 떨구는 꽃은 훨씬 허벌나다. 쓸어서 뒤꼍 뽕나무 곁에 뿌리기도 하지만, 나무 곁에 쪼그려앉아 하나둘셋넷 손바닥에 얹어 꽃내음을 맡다가 슬쩍 혀에 얹어 가만히 씹는다. 갓 떨군 나무꽃 한 송이란 얼마나 달콤하면서 온몸에 짜르르 기운을 퍼뜨리는지. 옛사람은 굳이 많이 먹을 까닭 없이 꽃 몇 송이로 배가 불렀으리라. 오늘사람은 서울살이에 스스로 갇힌 채 많이 먹어도 자꾸 배고프다고 여겨 서로 가로채려 악쓰다가 그만 배불뚝이로 치닫는구나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산책》을 읽는다.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 하루, 혼자 펴냄터(출판사)를 차려서 꾸리는 나날, 시골내기로 서울에 자리를 잡아 곁님하고 가꾸는 보금자리, 일터 곁 마을책집·꽃집을 이웃으로 삼아 사뿐히 걷는 몸짓을 수수하게 그리는구나 싶다. ‘대단하지 않을’ 이야기를 찬찬히 그리기에 ‘대단한’ 책이라고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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