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7.
《햇볕이 아깝잖아요》
야마자키 나오코라 글/정인영 옮김, 샘터, 2020.3.20.
볕이 좋은 하루이다. 모싯줄기가 쭉쭉 오르면서 뒤꼍 멧딸기덩굴을 덮는다. 바람이 살랑살랑 일렁인다. 바깥마루에 앉아 책을 읽자니 바람이 “늘 하는 책읽기인데, 이런 날까지 또 책을 펴야 하니?” 하면서 종이를 와라락 넘긴다. 바람 따라 후루룩 넘어가듯 책도 후루룩 읽고서 덮으라는 뜻이다. 햇볕을 먹으면서 놀라는 셈이지. 저녁에는 개구리 노랫소리하고 소쩍새 노랫소리가 어우러진다. 햇볕으로도, 바람으로도, 새벽이슬로도, 구름그늘로도, 새노래랑 풀노래랑 개구리노래로도 넉넉히 배부르다. 여기에 아이들이 뛰노는 노래가 섞이면 언제나 든든한 하루이지. 《햇볕이 아깝잖아요》를 읽었다. 한때 서울에서 아홉 해를 살았는데 그때 “햇볕이 아까우니 밖에서 걸어야겠다”고 으레 생각했다. 해가 좋은 날은 땅밑으로 파고드는 칙폭이를 탈 마음이 없다. 버스조차도 타기 싫다. 그저 걸으며 두 팔을 벌리고 춤추는데, 해가 내리쬐면 “덥잖아!” 하면서 외려 길에 사람이 없더라. 서울내기(도시생활자)라면 “햇볕이 아깝잖아요” 하고 말할 테지만, 시골내기(농촌거주자)라면 “햇볕이 사랑입니다” 하고 말하겠지. 해도 별도 사랑이다. 비도 바람도 사랑이다. 풀벌레도 벌나비도 사랑이다. 이 모든 사랑은 풀꽃나무를 거쳐 우리 곁에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