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5.13.

오늘말. 나래짓


어릴 적에는 ‘날개’ 한 마디만 썼고 ‘나래’란 낱말은 ‘나래차기’ 같은 이름을 곧잘 들었어요. 다만 어린이로 살던 무렵에는 ‘날개 = 나래’인 줄 몰랐으니, “날듯이 또는 날면서 발로 차기”가 나래차기인 줄 알면서도 두 낱말을 하나로 엮지 못했습니다. 알려주는 어른을 못 만나기도 했습니다만, 나래짓도 날갯짓도 활갯짓도 막히던 지난날이기에 말길도 마구마구 눌린 삶이었다고 느껴요. 오늘날은 우리말을 마음껏 누린다고 합니다. 억지로 한문이나 일본말이나 영어를 쓰라고 마구 윽박지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스스로 살펴서 말을 가꿀 만하고, 얼마든지 생각날개를 펴고 마음나래를 북돋울 만해요. 거리낌없이 누구나 말글을 펼 만한 나날인데, 오히려 이처럼 트이거나 열린 터전에서 우리말로 기쁘게 노는 몸짓보다는 함부로 망가뜨리는 동냥아치 같은 글꾼을 자주 스칩니다. 손수 심어서 지을 수 있는 삶터에서 왜 빌어먹는 글쟁이 노릇을 할까요? 우리 손으로 돌보며 살찌울 수 있는 삶자리에서 왜 거렁뱅이 글바치 몸짓을 보일까요? 봄날 한바탕 피어나는 들꽃다운 마음으로 말을 하기를 바라요. 실컷 날아오르는 제비처럼 글꽃을 피우기를 바라요.


ㅅㄴㄹ


거지·거렁뱅이·동냥꾼·동냥이·동냥아치·동냥치·비렁뱅이·빌어먹다·얻어먹다 ← 걸인(乞人)


가두지 않다·거리낌없다·고삐 풀다·그냥두다·끄르다·묶지 않다·나몰라·뒷짐·손놓다·손떼다·손빼다·날개·나래·날갯짓·나래짓·날다·훨훨·홀가분하다·내놓다·놓다·놓아두다·놔두다·놓아주다·놔주다·넘나들다·벗어나다·안 하다·열다·트다·풀다·풀어놓다·놀다·놀이·누리다·눈감다·눈치 안 보다·망설임없다·마구·마구마구·마구잡이·막·아무렇게나·함부로·마음·마음껏·마음대로·멋대로·제멋대로·실컷·잔뜩·한바탕·한껏·얼마든지·스스로·스스로길·스스로하기·알아서 ← 자유방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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