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였다. 아내가 어릴 적부터 다닌 일산 탄현동 성당에서 구역장을 맡고 계신 분이 나를 보더니, “그런데, 성당에 오실 때는 긴바지 입으셔야 돼요.” 하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그런가요? 인천에 있는 성당에서는 어느 곳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없던걸요. 일산만 그런가요, 다른 성당도 그런가요?’ 하고 되물으려다가 그만둔다. 인천에 있는 답동성당이며 송림동성당이며 찾아갈 때에, “반바지 입고 오면 안 됩니다.” 하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신부님한테도, 수녀님한테도. 미사를 함께하러 오는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 신자들한테도. 어젯저녁에는 구역미사에 갔다. 이 자리에서도 신부님과 수녀님을 비롯하여 동네 어르신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내 옷차림을 놓고 아무 말이 없었다. 다만 한 마디, “젊은 친구니까 많이 먹어야지. 많이 드세요.” 하는 말은 듣다. 저녁 여덟 시부터 이루어진 미사가 한 시간 십 분쯤 걸려 끝났고, 미사가 끝난 뒤 위층으로 올라가서, 동네 신자 아주머니들이 차려 주는 저녁을 다 함께 먹었다. 저녁자리에는 신부님도 수녀님도 모두들 허물없이 어울렸고, 나이 지긋한 수녀님은 열 살이 채 안 되어 보이는 계집아이하고 손뼉치기 놀이도 하신다. 오늘 새벽, 아내는 답동성당에 새벽 미사를 드리러 나들이를 갔다 왔고, 집으로 온 뒤 곧바로 길을 나서서 일산으로 온다. 용산급행 전철이 신도림역을 지날께, 탄현동 구역장님이 아내한테 손전화 문자를 보낸다. “성당 올 때 긴바지 입어야 한다”는 줄거리를 담은. 아내가 몸담은 탄현동 성당에 내가 갈 수 있는 때는 한겨울뿐이겠다. (4340.6.28.나무.ㅎㄲㅅㄱ)

 


(2007년 1월, 서울발바리 잔치에 나갔을 때 찍힌 사진.

 나는 이 사진에서 보듯이, 12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긴바지를 입는다. 2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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