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열 마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0
퀸틴 블레이크 글, 그림 | 장혜린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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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5.11.

그림책시렁 955


《앵무새 열 마리》

 퀸틴 블레이크

 장혜린 옮김

 시공주니어

 1996.12.14.



  날마다 똑같이 읊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지겨울까요. 사랑을 담아서 들려주는 말이라면 언뜻 똑같아 보인다고 여기더라도 똑같지 않습니다. 사랑이 없이 때맞춰 들려주는 말이라면 아무런 사랑이 없이 고단합니다. 이른바 배움터(학교)에서는 ‘진도’란 이름을 내세워 쭉쭉 앞으로만 가려 합니다.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르게 받아들여서 다 다르게 살림으로 펴는 길을 지켜보지 못하는 얼거리예요. 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똑같이 외워서 모두 똑같이 해내도록 짜맞추는 곳이 오늘날 우리네 배움터이거든요. 《앵무새 열 마리》를 보면서 앵무새 열이 장난을 하거나 숨바꼭질만 한다고 여기려나요? 아니면 날마다 끔찍하게 뒤집어씌우는 ‘어른들 굴레’에서 달아나려고 용쓰는 아슬하면서 슬픈 몸짓을 읽을 수 있나요? 아침저녁으로 똑같이 맞추고, 똑같은 때에 똑같은 옷을 맞춰 입고서 똑같은 곳으로 가서 똑같은 자리에 앉고는 똑같은 말을 듣는 지겹고도 괴로운 아이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앵무새 얼굴이란, 오늘날 ‘배움터란 이름인 사슬터(감옥)’에 갇힌 아프며 슬픈 낯빛입니다.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르게 뛰어놀 만한 터전이 아니라면 주먹질(학교폭력)뿐 아니라 모든 말썽거리는 끝없이 일어날 뿐입니다.


ㅅㄴㄹ


#cookatoos #QuentinBlak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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