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9.


《밤 기차 여행》

 로버트 버레이 글·웬델 마이너 그림/민유리 옮김, 키위북스, 2020.1.20.



아침비를 맞이한다. 어제 풀죽임물 냄새로 온마을이 휩싸인다 싶더니, 하늘이 우리를 어여삐 여겨 빗줄기로 씻어 준다. 오늘도 후박나무 꽃망울비를 누린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들면 투두둑 투두둑 소리를 내며 꽃망울비가 함께 내린다. 후박꽃망울을 빗자루로 한쪽으로 쓸다가 생각한다. ‘올해까지는 다시 흙으로 돌려주기만 했는데, 이듬해에는 채그릇에 담아 햇볕에 말려서 잎물(차)로 삼아 보자.’ 《밤 기차 여행》은 하루가 흐르는 결을 칙폭길에서 새롭게 맞이하면서 기지개를 켜는 마음을 들려준다. 바깥일을 보러 먼마실을 자주 다녀야 한다면 미닫이(창문) 바깥을 굳이 쳐다보지 않고 꿈나라로 갈는지 모르나, 바깥마실을 자주 다니더라도 늘 미닫이 바깥을 바라보면서 삶이 흐르는 눈부신 빛살을 누릴 수 있다. 납작길(지옥철·교통지옥)에 시달린다고 여기며 지겹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납작길이건 아늑길이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종이접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둘레(사회)에 얽매일 수 있고, 둘레(환경)를 스스로 새마음이 되어 바꿀 수 있다. 어린이책이니 어린이만 봐야 한다고 여기는 눈이 있고, 어린이책이니 어린이부터 다같이 누린다고 여기는 눈빛이 있다.


#NightTrain #RobertBurleigh #WendellMinor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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