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5.7.
오늘말. 주저앉다
바람이 드나들 틈이 있다면 숨돌리지만, 바늘을 꽂을 사이마저 없다면 숨막히면서 고달픕니다. 햇볕이 들고 별빛이 드리울 곳이 있으면 기지개를 켜는데, 햇빛 한 줌마저 막는 데라면 그만 힘빠지면서 폭삭 주저앉을 만합니다. 사납게 구는 이를 보면 그야말로 막나가는구나 싶어요. 이웃한테도 함부로 굴지만, 사납이 스스로 마구잡이로 깎아내리기에 서로 흐무러져요. 바람을 함께 마시면 싱그러울 텐데요. 햇살을 같이 누리면 밝을 텐데요. 돌보는 손길을 잊기에 궂습니다. 보살피는 눈길을 잃기에 고약해요. 밤이 깊을수록 이슬은 한결 촉촉히 내려앉아 기운을 북돋웁니다. 힘이 들거나 빠질수록 더 고요히 숨을 가다듬고서 이슬빛으로 마주하기를 바라요. 차가운 손은 치우고, 매서운 눈은 걷어내기로 해요. 모진 마음을 털고 무시무시한 말은 씻어내기로 해요. 겨울이 지나면서 봄이 찾아옵니다. 봄이 지나가면서 여름이 반짝여요. 철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잎망울은 느른한 몸에 새록새록 풀빛을 베풀어요. 우리가 주고받는 말에도 잎빛이 서릴까요? 우리가 나누는 글에도 꽃빛이 감돌까요? 어느 켠에 서는 길이어도 쓰러진 동무를 일으키며 등을 토닥입니다.
ㅅㄴㄹ
길·길이·곳·곬·판·데·자리·켠·쪽·가다·지나다·지나가다·거치다·사이·틈 ← 구간(區間)
녹초·녹다·나른하다·느른하다·해롱거리다·흐무러지다·고단하다·고달프다·기운빠지다·힘빠지다·기운없다·힘없다·주저앉다·쓰러지다·타다·사그라들다·수그러들다 ← 번아웃 (burnout)
고약하다·괘씸하다·궂다·나쁘다·안 좋다·더럽다·지저분하다·거칠다·사납다·무시무시하다·무섭다·모질다·못되다·못돼먹다·매섭다·차갑다·차다·마구마구·마구잡이·막되다·막나가다·막하다·함부로 ← 포악, 포악무도, 흉악, 흉포(凶暴/흉폭)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