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피리 - 윤동주.윤일주 형제 동시집
윤동주.윤일주 지음, 조안빈 그림 / 창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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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2022.5.7.

노래책시렁 233


《민들레 피리》

 윤동주·윤일주 글

 조안빈 그림

 창비

 2017.12.30.



  윤동주 님 동생 윤일주 님도 노래를 그렸다고 합니다. 《민들레 피리》는 두 사람 노래를 나란히 엮으며 그림을 새로 넣습니다. 이미 ‘윤동주 시집’은 온갖 곳에서 잔뜩 펴내었기에 ‘동생 윤일주 노래’를 슬며시 끼워맞춘 듯한 얼거리입니다. 두 분을 제대로 기리고 싶다면 동생이 쓴 노래만 차곡차곡 여미어 선보이는 길이 나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동생이 쓴 노래를 오늘날 어린이한테 어느 만큼 읽힐 만할까요? 지난날하고 오늘날은 삶터가 확 바뀌었기에 더 읽힐 만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누리지 못하던 무렵에 말결을 맞추어 앙증맞게 쓴 노래에서 그친다면, ‘윤동주 동생’이라는 이름만 너무 내세운 셈이라고 느낍니다. 말놀이보다는 말맞춤에 가까운 글자락 가운데 〈보슬비〉 하나를 겨우 곱씹어 보지만, “어떻게 풀밭 아닌 잔디밭에서 벌레 소리”를 듣는다고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잔디밭은 잔디가 우거진 데가 아닌, 잔디를 바짝 깎아서 풀벌레가 깃들거나 쉬거나 숨을 틈이 없는 데입니다. 잔디밭에도 풀벌레가 살짝 깃들기는 할 테지만, 오직 잔디 하나만 납작 엎드린 데에는 풀벌레가 웬만해서는 얼씬조차 안 하려 합니다. 시골하고 숲을 노래로 그리려면, 시골에 살며 숲을 품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보슬보슬 보슬비 / 잔디밭에 내린다. / 동글동글 물방울 / 풀잎마다 맺힌다. // 보슬보슬 보슬비 / 호수 위에 내린다. / 둥글둥글 물무늬 / 여기저기 번진다. // 보슬보슬 보슬비 / 활짝 개고 / 잔디밭엔 벌레 소리 / 호수 속엔 쌍무지개. (보슬비/7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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