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틀어지다


저는 길을 곧잘 헤맵니다. 인천에서 살던 어릴 적에는 모든 골목을 샅샅이 보면서 길을 안 헤매려 했다면, 인천에서 큰아이를 낳아 함께 골목마실을 할 적에는 스스로 골목사람이면서 이웃마을로 나그네처럼 찾아가 가만히 맴돌며 바람꽃으로 지내었습니다. 시골로 옮겨 작은아이를 낳아 살아가는 사이에 이제는 숲길이나 들길을 마음대로 누비는 바람새처럼 살아갑니다. 어느 분은 “참 우습네. 다들 바쁘게 사는데, 천천히 걸어다니는 이녁은 터무니없네.” 하고도 말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말꽃(국어사전)이란 책을 쓰며 새벽이랑 밤에 허벌나게 일하는 터라, 일손을 쉴 적에는 모든 덩굴을 내려놓고서 뜬금없이 걷고 바다를 품고 골짜기를 안는 느슨한 해바라기를 누리려 합니다. 서울에서 별바라기를 하자면 잠꼬대일 테지만, 시골에서 별바라기에 꽃바라기를 하는 길은 삶을 사랑하는 오늘빛이지 싶어요. 어느 일이건 마구 붙잡으려 하면 틀어집니다. 왜 어긋날까요. 꾸미려 들기에 엉키고, 엉터리를 감추려 하기에 두동지면서, 스스로 바보로 뒹굴지 싶습니다. 말도 안 되는 허튼짓이 나라 곳곳에서 불거집니다. 거짓과 헛말을 걷어낼 푸른말과 참빛을 그립니다.


ㅅㄴㄹ


나그네·떠돌이·떠돌뱅이·떠돌깨비·떠돌꾸러기·뜨내기·맴돌이·바람·바람꽃·바람새·헤매다·굴러다니다 ← 부랑자


엇갈리다·어긋나다·어깃장·어그러지다·엇가락·뜬금없다·두동지다·두얼굴·뚱딴지·틀리다·틀어지다·뒤틀리다·엉키다·뒤엉키다·엉터리·엉뚱하다·생뚱맞다·멋대로·맘대로·제멋대로·팔팔결·막말·말이 안 되다·맞지 않다·앞뒤 안 맞다·거짓·거짓말·넝쿨·넌출·덩굴·꾸미다·바보·돌머리·우습다·웃기다·허튼말·헛말·어이없다·어처구니없다·잠꼬대·터무니없다 ← 자기모순, 자체모순, 자가당착, 모순, 모순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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