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2.5.2.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3 자기반성과 자기자랑



  스스로 한 짓이 창피하거나 부끄럽다면서 이른바 ‘뉘우침(자기반성)’을 한다는 글을 쓰는 글바치가 제법 있습니다만, 적잖은 ‘뉘우침글(자기반성문)’은 어쩐지 ‘나자랑(자기과시)’으로 읽힙니다. “모임자리(파티)에 가려고 예쁜 옷을 너무 많이 사서 너무 헤펐다고 뉘우침글을 쓰는 글바치”가 참말로 뉘우치는 빛일까요? 그이는 ‘예쁘고 비싼 옷을 잔뜩 살 만큼 돈이 많다’는 ‘나자랑’을 하려는 속내인데, 마치 ‘뉘우침’이기라도 되는 듯 꾸민 셈 아닐까요? 시내버스삯이 얼마인지 모르는 분, 하늘집(옥탑방)하고 땅밑집(지하방)이 어떤 곳인지 이름조차 모르는 분, 가난살림을 겪은 적이 없는 분, 똥오줌기저귀를 손수 빨고 삶아서 널고 곱게 개어 아기 샅에 댄 적이 없는 분, 아기를 안고서 디딤칸(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땀을 뺀 적이 없는 분, 호미를 쥐어 씨앗을 심은 적이 없는 분, 나무를 타고서 논 적이 없는 분, 스무 해 넘게 입느라 해진 바지를 손수 바느질로 기운 적이 없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우리는 ‘뉘우치는 시늉을 하는 자랑글’을 어느 만큼 알아채는가요? 우리는 ‘뉘우치는 척하며 뽐내는 글’이 얼마나 겉치레요 허울좋은 달콤발림인가를 곧장 눈치채면서 부드러이 나무랄 줄 아는 마음빛이 있는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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