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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행복한 고통 - 한국 최초 미대륙 횡단 자전거 레이스에 도전하다
김기중 지음 / 글로세움 / 2015년 7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책숲마실 2022.5.1.
책집지기를 읽다
6 구미 〈삼일문고〉와 《행복한 고통》
저는 구미라는 고장을 잘 모릅니다. 몇 걸음을 했어도 아직 몰라요. 2019년에 첫 구미마실을 했습니다. 경북 구미에는 마을책집 〈책봄〉이 있고, 〈삼일문고〉가 있거든요. 여기에 〈그림책 산책〉이 나란히 있어요.
저는 모든 나라를 ‘숲하고 책집’ 두 가지로 바라봅니다. 숲이 깃들거나 숲을 품은 나라인가 하고 먼저 살피고, 이다음에는 책집이 어떻게 깃들거나 책집을 어떻게 품는 나라인가 하고 곰곰이 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서로 사랑하면서 스스로 살림하는 길을 지어 삶을 누리는 터전을 이루자면, 늘 두 가지가 나란히 어우러질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숲, 둘째는 책입니다.
숲이 있기에 숨을 쉬고, 숲이 없기에 숨이 막힙니다. 숲이 있어 밥옷집을 얻고, 숲이 없어 밥옷집을 사다가 씁니다. 숲이 있기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아름답게 자라고, 숲을 돌보니 어른들이 슬기롭게 일하며 사랑스레 만나요.
책을 짓고 책집을 가꾸니 생각을 살찌우고 말을 물려줍니다. 책을 엮고 책집을 나누니 생각이 빛나고 말글에 이야기를 실어 활짝 폅니다. 책을 읽고 쓰면서 책집을 품으니 생각이 별빛으로 흐르고 날갯짓을 하면서 스스로 오늘을 그립니다.
김기중 님은 아직 책집지기로 서지 않던 2014년에 《행복한 고통》을 써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적게 나오고 가장 안 팔리는 책은 바로 ‘자전거책’입니다. 사진책이 그렇게 안 팔리지만 자전거책보다는 팔립니다. 값지고 튼튼하며 멋진 자전거를 장만하는 데에 1억을 아낌없이 쓰는 이웃님이 많지만, 정작 자전거책 하나를 1만 원에조차 장만하지 않더군요. 더구나 삶자전거(생활자전거)는 너무 얕보여요.
꼭 모든 사람이 자전거를 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자전거를 타려고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 별과 이 나라와 이 마을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요. 부릉이(자가용)를 한나절 몰았다면, 두나절은 걷거나 자전거에 몸을 싣고서 바람이랑 해랑 땅이랑 골목이랑 숲이랑 이웃을 느끼기를 바라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길은 “즐거운 괴로움”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저는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자전거를 달리던 나날부터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다닌 나날을 오래오래 지나면서 “노래하는 땀방울”이 자전거라고 느꼈어요. 들노래를 듣고, 바람노래를 누리고, 하늘노래를 머금고, 풀꽃노래를 맞아들여서 빛나는 길을 자전거로 짓습니다.
《행복한 고통》(김기중 글, 글로세움, 2014.6.2.)
뚱뚱한 사람을 볼 때 우리는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무슨 꿈을 갖고 사는 사람인지는 관심이 없다. 그저 ‘뚱뚱한 그 사람’으로만 기억한다. 내 존재 전부가 ‘비만’이라는 두 글자로 끝나는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23쪽)
30퍼센트가 고통의 시간이라면 나머지 70퍼센트는 자연과 인간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황홀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161쪽)
나는 ‘전태일을 닮고 싶은 CEO’라는 꿈이 있었는데 여기서 전태일은 나에게 ‘상식’을 의미한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를 외치며 죽었다. 그가 외친 것은 변혁이나 혁명이 아니라 상식이었다. 대학 시절 처음으로 나는 그를 통해 상식을 지키는 데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257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