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5.
《말모이,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말모이 편찬위원회, 시공사, 2021.2.11.
며칠 만에 해가 난다. 빨래를 늦은낮에 마쳤다. 뭐, 어떤가. 해거름에 바깥마루에 빨랫대를 펼쳐 놓고서, 이튿날 해가 반짝반짝하기를 바라면서 기다려도 된다. 아이들이 ‘외줄 기타(onr string guitar)’ 아저씨 노래를 즐긴다. 처음에는 시큰둥히 여겼으나 곰곰이 볼수록 재미난 아저씨라고 느낀다. 노래가 흐르는 집에서 나고자란 아저씨는 어릴 적부터 집안일을 하고 들일을 했는데, 둥지를 벗어난 닭이 옥수수알을 마구 쪼는 모습을 보며 허둥지둥하다가 이녁 어머니한테 외친 말을 그대로 살려 노래를 지었다지. ‘자메이카 삶노래(민요)’라고 할까. 그러면 오늘 우리는 어떤 삶노래를 부르는 하루일까? 우리한테 삶노래는 있을까? 짝사랑타령만 넘치지 않나? 《말모이,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을 죽 읽으면서 한숨이 폭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사전’이라고 하면 뜻풀이를 스스로 새로 붙여야 맞다. 뜻풀이를 스스로 새로 못 붙이겠으면 ‘사전’이란 이름을 치우자. 게다가 사투리(고장말)를 모은 꾸러미라지만, 할매할배가 아닌 먹물(지식인·문필가)이 그러모은 말마디이다 보니 영 거석하다. 뭔가 대단해 보이려고 애쓴 티는 나지만 나무한테 잘못을 빌고 싶다. 말은 모으기만 해서 끝이 아니다. 구슬 서 말도 꿰어야 빛난다 하지 않던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