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4.26.
오늘말. 들너울
바꾸려는 생각이 없으면 그대로 가고, 바꾸려는 생각이 있으면 움직입니다. 삶터를 이루는 수수한 사람들이 더는 그대로 있지 못하겠다고 여기며 움직일 적에, 이 몸짓을 바라보는 우두머리는 예전에 ‘란(亂)’이란 한자로 가리켰습니다. ‘어지럽다’는 뜻입니다. 이웃나라가 총칼로 억누르던 무렵에는 일본사람이 ‘movement’란 영어를 옮긴 한자말 ‘운동(運動)’을 그냥 따라썼어요. 그러나 수수한 움직임은 ‘란’도 ‘운동’도 아니에요. 바다처럼 일렁이는 ‘물결’입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물결’이라면, 이윽고 크게 일어나는 ‘너울’입니다. 살림너울이요 들너울입니다. 들꽃너울이자 들풀너울이에요. 촛불너울이고 시골너울입니다. 우리 겨레는 흰옷겨레라 하는데, 우두머리는 흰옷을 멀리했습니다. 이들은 빛깔옷이어야 잘나거나 높다고 여겼어요. 흰옷은 풀줄기한테서 얻은 실로 짠 천으로 지은 살림입니다. 하얀옷이란 풀옷이요, 하얀빛이란 풀빛인 셈입니다. 풀로 지은 옷이기에 밝은옷이요, 널리 하나인 마음이 흐르는 한겨레라 할 테며, 우두머리가 씌운 쇠우리에 갇힐 까닭이 없는, 그야말로 너나없는 한우리(한울)를 찾아나서는 흙빛입니다.
ㅅㄴㄹ
삶너울·삶물결·삶빛너울·삶빛물결·살림너울·살림물결·나라너울·나라물결·너울·물결·큰물결·들불·들물결·들너울·들꽃물결·들꽃너울·들빛물결·들빛너울·들풀물결·들풀너울·촛불·촛불물결·촛불너울 ← 사회운동
시골너울·시골물결·흙너울·흙물결·흙빛너울·흙빛물결 ← 농민운동
흰옷겨레·하얀옷겨레·흰겨레·흰사람·하얀겨레·하얀사람·하양·하얗다·하얀빛·한겨레·한사람·배달겨레·배달사람·밝은겨레·밝은사람·우리겨레·우리사람 ← 백의민족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