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달인 100 - 일본 전국 맛기행 아오모리 편
카리야 테츠 글, 하나사키 아키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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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4.25.

너는 늘 숲을 먹는단다


《맛의 달인 100 일본 전국 맛기행 아오모리 편》

 테츠 카리야 글

 하나사키 아키라 그림

 김미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8.4.15.



  《맛의 달인 100》(테츠 카리야 글·하나사키 아키라 그림/김미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8)을 되읽으며 생각합니다. 글쓴이하고 그린이는 두 가지 일본 가운데 한쪽에 서서 이야기합니다. 두 가지 일본 가운데 한쪽은 ‘아름다운 들숲바다를 품은 일본을 사랑하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총칼을 앞세운 우두머리를 섬기는 길’입니다.


  우리말로는 “맛의 달인”으로 나왔으나, 일본책은 “#美味しんぼ”입니다. “맛있는 밥”이요, 줄이면 ‘맛밥’입니다. ‘달인’이 아닌 ‘밥’이에요. 그래서 그림꽃책 《맛의 달인》은 111자락까지 그리는 1983∼2014년에 걸쳐 ‘밥살림·맛과 멋’이란 무엇인가 하는 수수께끼를 풀려고 일본을 샅샅이 누볐고, 아주 마땅히 이웃나라(한국)로도 자주 드나들면서 ‘아름다운 들숲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아는 분은 다 알고, 모르는 분은 다 모르지만, 《맛의 달인》을 흉내낸 《식객》이란 그림꽃이 있습니다. 《식객》을 그린 분은 젊을 적부터 숱한 일본 그림꽃을 몰래 흉내내어 그렸고, 안기부 뒷배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아무튼 《맛의 달인》은 밥살림을 다루는 그림꽃이 얼마나 눈길을 끌며 읽힐 수 있는가를 드러낸 첫 책이라고 꼽을 만합니다. 이 그림꽃은 ‘더 맛있는 밥’이 아니라 ‘마음을 담은 밥’을 잊고 잃는 일본(하고 한국)이 얼마나 바보스럽게 스스로 망가지는 길을 걸어가느냐 하고 내내 나무랍니다.


  그렇지요. 이 그림꽃은 툭하면 나무랍니다. 모든 밥은 ‘들숲바다’에서 나온다고, 어떤 밥도 ‘뚝딱터(공장)에서 뚝딱 찍어내지 않는다’고, 뚝딱터에서 똑같이 찍어낸 밥에 길들기에 생각이 길들고 삶이 길들어 바보스레 ‘총칼 우두머리’에 휘둘리면서 ‘나라바라기(충성)’에 파묻힌다고 호되게 나무라요. 서울(도시·도쿄)에 살기에 밭도 논도 숲도 없는 살림이라 하더라도, ‘먹는 손길하고 마음’은 언제나 숲을 사랑하면서 그릴 줄 알 노릇이라고 속삭입니다.


  뚝딱터에서 찍어낸 밥이어도 바탕은 숲에서 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먹더라도 ‘숲을 먹’습니다. 빨리 많이 먹어야 하지 않아요. 숲을 푸르게 맑게 먹는 삶입니다. 그래서 《맛의 달인》은 ‘아버지·아들·며느리(이자 곁님)’라는 세모(또는 네모)라는 얼개를 짜서, 아버지가 아들을 다그치는 듯하되 늘 사랑으로 가르치는 결을 들려주고, 며느리(이자 곁님)가 어설프고 어리석은 두 사내(짝꿍이자 벗아버지)를 사랑으로 부드러이 달래는 줄거리를 들려줘요. 아들은 부스러기(지식)에 기대어 밥살림에 얽매였고, 아버지는 슬기는 있되 상냥하게 물려주는 길은 좀처럼 펴지 못하는 꼰대스러우나 나무처럼 곧고 푸른 자리에 서서 아들을 늘 지켜보면서 길잡이 노릇을 합니다.


  밥이 무엇일까요? 밥은 왜 ‘밭’이며 ‘바다’이며 ‘밝다’ 같은 낱말하고 말밑이 같을까요? 생각해 보거나 듣거나 배운 적이 있는가요? 다 몰라도 좋고, 이제부터 배워도 좋습니다. 우리는 늘 숲을 먹는 줄 느껴서 천천히 알아가면 됩니다.


ㅅㄴㄹ


“도쿄에서 온 유명한 소바 마니아는 이런 건 소바가 아니라고 화를 내더라고.” “그건 자기 문화밖에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그 사람이 잘못된 거예요. 도쿄 소바만 기준으로 해서 이 맛을 이해하지 않는 건 이상해.” (16쪽)


“최근 정치가들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말로 치장하고 있지만, 실은 이 나라를 다시 전쟁을 하는 추한 나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그자들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나라는 어떤 곳인지 잘 모르죠. 저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일본’을 아오모리의 풍토에서 찾았습니다. 그 이름 그대로 푸른 숲, 진미가 가득한 멋진 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63쪽)


“산나무는 자력으로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사과도 자연에서 자라나서 생명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 제 자연농법입니다 …… 가을에 잡초가 제 허리 위로 자랐을 즈음 베면, 한낮과 밤의 기온차가 사과에 전달되어, 사과는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고 붉게 변합니다.” (96쪽)


“사과 자체의 아름다움과 자연에 도전하는 키무라 씨 일가의 아름다움, 아오모리 특유의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99쪽)


“지로. 아오모리에서 일본인의 근본을 찾아내다니, 정말 훌륭하다. 다음은 네 자신의 근본을 찾아봐.” (204쪽)


#美味しん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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