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4.21.

숨은책 592


《이치고다 씨 이야기 3》

 오자와 마리 글·그림

 정효진 옮김

 학산문화사

 2011.1.7.



  만화책은 그저 만화책입니다. ‘학습만화’나 ‘철학만화’처럼 앞에 꾸밈말을 붙이면 만화책이 아닌 ‘만화책 시늉’입니다. 생각해 봐요. ‘학습그림책·철학그림책’이나 ‘학습동화책·철학동화책’이나 ‘학습시집·철학시집’이라 하면 이 책이 참말로 제빛을 고스란히 살리려는 줄거리나 이야기라고 할 만할까요, 아니면 ‘학습·철학·교육·인문’이란 허울을 씌워 장삿속을 숨긴 돈벌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치고다 씨 이야기》는 결이 몹시 고운 ‘순정만화’입니다. 돌이는 좀처럼 안 쳐다보는 만화요, 순이만 쳐다볼 만화인 듯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만, 《이치고다 씨 이야기》에 나오는 돌이는 ‘손으로 옷을 짓기를 즐길 뿐 아니라, 인형옷도 짓고 인형소꿉도 하나하나 짓고 아이들한테 건네기를 즐깁’니다. 오늘날 순이는 치마도 두르고 바지도 뀁니다. 순이는 ‘치마를 벗고 바지를 입는 길(권리)’을 누리기까지 눈물겹게 싸웠습니다. 그러면 ‘치마돌이(치마 입는 사내)’는 어떨까요? 가시내만 두를 치마가 아닌, ‘누구나 입고프면 입을 치마요 바지’란 옷살림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순정만화여도(?)’ 누구나 읽을 만합니다. ‘만화는 애들만 보는 책’이 아닙니다. 삶을 그리는 숱한 손길 가운데 하나인 만화일 뿐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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