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말 2022.4.19.

오늘말. 엉너리


엉터리로 하고서 엉겨붙으려 하는 능구렁이가 있으면 꽤나 골치가 아플 뿐 아니라, 달라붙은 이 엉너리를 떨구려 하면서 녹초가 되기 일쑤입니다. 눈속임으로 하니까 엉너릿손을 내밀 테지요. 꿀발림으로 살살 꼬드기려 할 적에 그만 넘어가면 자칫 삐걱거리다가 털썩 자빠질 수 있습니다. 꾸밈말에는 거짓질이 깃들어요. 낚으려는 말에는 참다운 마음이 옅습니다. 눈먼 마음에 홀린다면 엉덩방아를 찧을 만해요. 손쉽게 얻거나 가로채려는 마음이 흐른다면 호리는 말에 깜빡 속아서 흐무러지겠지요. 서로 즐거울 길을 찾는다면 글치레를 하지 않습니다. 함께 아름다울 삶을 생각한다면 말치레를 하지 않아요.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몸짓은 참으로 지칩니다. 손사래치고 싶어요. 꿈이 아닌 꾸미기로 가득한 겉모습에 미끄러질 마음이 없어요. 눈가림이 아닌 살림빛으로 손수 일군 보금자리에서 찬찬히 하루를 엮고 싶습니다. 겉옷은 껍데기예요. 속마음이 알맹이입니다. 하늘을 볼까요? 뿌옇게 먼지구름이 뒤덮는다 하더라도 언제나 별이 반짝여요. 겉을 뒤집어씌운 먼지더미에 짓눌려 주저앉기보다는, 우리 삶자리에 나무 한 그루를 심어 푸르게 살아가려 합니다.


ㅅㄴㄹ


엉너리·엉너릿손·엉터리·눈멀다·거짓·거짓길·거짓말·거짓질·속임·속임말·눈속임·눈가림·치레·겉치레·글치레·말치레·호리다·꼬이다·꼬드기다·낚다·꾸미다·꾸밈말·꿀발림·꿈·말·얘기·이야기·구렁이·능구렁이·겉옷·옷 ← 미신(迷信)


나가떨어지다·넘어지다·때려눕히다·때려부수다·고꾸라지다·쓰러지다·퍼지다·엎어지다·자빠지다·나동그라지다·떨려나가다·무너지다·뭉그러지다·미끄러지다·허물어지다·궁둥방아·엉덩방아·나른하다·느른하다·기운없다·기운잃다·지치다·힘빠지다·힘없다·흐무러지다·녹초·뻗다·지다·주저앉다·헐떡거리다·비실거리다·비칠거리다·삐걱거리다·절뚝거리다·절다·꽈당·털썩·털푸덕·헉헉 ← 녹다운, 졸도(卒倒), 케이오(K·O)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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