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사전 짓는 길

나는 말꽃이다 82 누가 쓴 글



  낱말책에는 보기글을 싣습니다. 이 보기글은 “누가 쓴 글(남이 쓴 글)”도 싣지만, 낱말책을 짓는 이가 스스로 짓는 글을 가장 많이 싣습니다. 글꽃(문학)을 짓는 이가 “모든 우리말을 살펴서 쓰지는 않”거든요. 낱말책을 짓는 이는 말풀이 곁에 보기글을 붙이려고 숱한 글을 읽습니다. 글꽃지기(문학가)가 지은 글을 따려고 하든, 말꽃지기(사전편찬자)가 손수 지은 글을 싣든, 모든 글을 “글쓴이 이름을 잊거나 지운 채” 바라봅니다.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쓰는 길을 찾고 밝혀서 나누려고 하니 “누가 쓴 글”인지는 하나도 안 대수롭습니다. “말이 말다운가” 하고 “우리말을 어떻게 다루거나 살리거나 헤아렸는가”만 바라봅니다. 글꽃(문학)을 읽으려면 글꽃책(문학책)을 읽어야지요. 낱말책 보기글은 으레 한두 줄만 붙이는데, 왜 이렇게 한두 줄만 따느냐고 묻는다면, 또 글꽃에 나온 글자락을 손질할 적에 왜 손질하느냐고 따진다면, 말로 생각을 나누는 징검다리하고 멀어서 그렇습니다. 낱말책은 말을 말답게 살리면서 우리 생각을 생각답게 펴는 실마리를 넌지시 짚어 주는 몫입니다. 우리 낱말책은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가꾸면서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과 마음을 새롭게 지피도록 살며시 알려주는 구실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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