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기차 여행
로버트 버레이 지음, 웬델 마이너 그림, 민유리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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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4.15.

그림책시렁 944


《밤 기차 여행》

 로버트 버레이 글

 웬델 마이너 그림

 민유리 옮김

 키위북스

 2020.1.20.



  고흥이란 시골에서 사노라니 어디를 가든 멉니다. 집부터 읍내를 다녀오는 길도 가깝지 않습니다. 하루에 일고여덟 판쯤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한참 기다리게 마련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골버스도 한참 기다리지요. 다른 고장을 다녀올라 치면 으레 하루이틀을 묵고, 아침에 길을 나서도 낮이 기울거나 해질녘에 닿습니다. “밤 기차”나 “밤 버스”를 으레 타요. 《밤 기차 여행》을 가만히 넘기다가 어린 나날을 떠올립니다. 아직 빠른길이 몇 없던 지난날에는 인천에서 당진을 오가는 시외버스도 까마득했습니다. 인천부터 가는 버스가 드무니 서울까지 전철로 가고서, 다시 버스를 타는데 서울만 가면 부릉이가 끔찍하도록 많아서 그저 질렸습니다. 당진에서 서울을 거쳐 인천으로 돌아가는 밤길은 늘 막혔고, 미닫이를 살짝 열고서 별을 헤아리다가 빨간 십자가가 얼마나 많은가 세곤 했습니다. 돌고도는 까마득한 길을 거쳐서 드디어 집에 닿으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언니도 벌렁 드러눕습니다. 언제나 먼저 샘솟는 말은 “아! 살았다!”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부릉이를 몰 마음은 없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덜 몰아야 길이 넉넉하다기보다는, 굳이 빨리 다니고 싶지 않습니다. 고요하고 호젓한 보금자리에 숲이 짙어 멧새가 노래하기를 바라요.


ㅅㄴㄹ

#NightTrain #RobertBurleigh #WendellMinor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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