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7.


《성공과 좌절》

 노무현 글, 학고재, 2009.9.25.



며칠 앞서 쏟아지던 봄비는 그제부터 그치면서 바람이 조금씩 잦아들었고, 어제는 구름이 어마어마하게 흐르더니 오늘은 바람도 자고 해도 넉넉히 비춘다. 어제까지만 해도 잎만 푸르던 텃노랑민들레가 꽃송이를 둘 아침에 내놓는다. 매화나무는 꽃잎을 거의 떨구었고, 앵두나무는 이제부터 꽃송이를 터뜨린다. 하루 내내 멧새 노랫소리를 들으며 아늑하다. 《성공과 좌절》이 나온 지 열 몇 해이나 이제서야 읽는다. 2009년에는 그다지 읽고프지 않았다. ‘삼성장학금’을 받았으면 받았다고 털어놓고서 고개숙이면 된다. 한집안 사람들이 뒷짓을 일삼았으면 어떤 뒷짓인지 스스로 낱낱이 따져서 고스란히 밝히고 뉘우치면 된다.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다는 둥, 새뜸(언론)이 나만 두들겨패려 한다는 둥, 이런 말은 굳이 안 해도 된다. 돈이 모자라서 어느 일을 못 한다 싶으면 돈이 어느 만큼 모자라다고 떳떳이 밝힐 노릇이다. 가난은 창피도 자랑도 아니다. 가난은 그저 가난이다. 가멸(부자)은 자랑도 창피도 아니다. 가멸(부자)도 그저 가멸이다. 목숨을 내려놓은 뒤에 나온 책이라 다른 사람이 “성공과 좌절”이라 이름을 붙였을는지 모르나, 그분 스스로 “성공과 좌절”이란 말을 자주 썼던데, 삶에는 성공도 좌절도 없이 삶만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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